<당나귀와 마부와 선지자 / 종이에 아크릴 / 2015년>
- 우연이자 필연적으로 마부는 선지자를 만났다.
선지자는 마부에게 운명을 얘기했다.
"당신은 곧 위대한 존재가 될 것이오!"
그러자 마부는 곧 당나귀를 선지자에게 건네주며 말한다.
"그렇다면 이제 이 당나귀는 필요없겠지요."
“요즘 저도 그렇고 저희 가족들이 모두 잘 안 풀리는 것 같습니다.”
누나가 용하다는 점집을 찾아간 모양입니다.
조상이 길을 막고 있어서 제가 잘 안 풀린다고 얘기를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제사를 지내야한다고 합니다.
누나는 비용은 자기가 낼 테니 의식을 치루자고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신년운세를 보기 위해 또 다른 용하다는 점집을 찾아갔습니다.
“오빠는 올해부터 서서히 대운이 들어온데. 내년에는 대운의 해가 된다네?”
어떤 운을 선택해야했을까요?
당연히 사랑하는 사람의 운을 선택했습니다.
모처럼 친구를 만납니다.
그동안 쌓아놓은 세상의 불만들을 쏟아냅니다.
한 친구는 공감하며 함께 불만의 가지들을 그려나갑니다.
또 한 친구는 그래도 지금보다는 좀 더 좋아질 거라고 그렇게 믿자고 합니다.
두 친구의 말이 모두 일리가 있습니다.
모두 나를 향한 그들의 배려입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나는 하나를 선택합니다.
지금보다 좀 더 좋아질 거라는 믿음을 선택했습니다.
가끔 우리는 ‘지금 왜 이렇게 안 풀리는 것일까?’ 고민을 하며 원인을 찾으려 애씁니다.
그러나 원인을 찾으려하면 할수록 더 깊은 고민의 늪에 빠져 들어갑니다.
쉽게 얻을 수 있는 답을 가지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림을 그릴 때 인물과 상황을 완벽하게 정해놓고 그리지 않습니다.
의뢰 작업을 할 때 그림 작업이 너무 어렵고 싫어지고 급기야 화가 날 때가 많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은 같은데 왜 이렇게 다른 감정이 생겨나는 것일까하고 참 많이도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해결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의뢰 작업은 환경과 이야기와 캐릭터와 색감이 모두 정해집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갑의 의도에 맞추어 완벽하게 제작되었지만, 이상하게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노래를 완벽하게 잘 불렀는데도 불구하고 감동적이지 않은 이유와 같습니다.
그래서 오디션프로에서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너무 완벽하게 잘 불렀는데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림이 감동을 주고, 생기를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자연스러움 때문입니다.
때로는 부족해서 아름답고, 때로는 의도치 않게 붓이 가는대로 맡겨두었을 뿐인데
그게 너무 평화롭고 인간적이라서 모두가 감동합니다.
글을 쓰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펜이 흘러가는 대로 정신과 몸을 맡깁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정해진 의도에 맞추어 글을 써나가지 않습니다.
참고서나 교재를 보며 우리가 글이 감동적이라고 말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의 운명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정해진 삶이라면 살아가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나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육체와 정신을 넘어선 아주 거대한 존재입니다.
삶은 설명할 수 없는 경이로움을 안고 있습니다.
오늘의 초라한 번데기가 내일 허물을 벗고 화려한 날개를 달고 하늘을 훨훨 나는 나비가 됩니다.
오늘 골목을 누비는 고양이가 쓰레기통을 뒤지더라도 스스로 자유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따스한 햇살에 몸을 뒤집고 드러눕습니다. 너무나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고양이를 보며 우리는 참 평화롭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귀엽고 감동적이라서 사진도 찍습니다.
<당나귀와 마부와 선지자 - 거꾸로 본 장면 / 종이에 아크릴 / 2015년>
- 자세히 바라보면 캔버스 앞에 앉아있는 제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우리는 삶이 다할 때까지 배우고 깨닫는 일을 반복할 것입니다.
왜 그래야 하는지는 운명이 말해주지 않습니다.
그것이 삶의 과제이자 이유니까요.
“왜 우리는 잘 풀리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순간 점쟁이가 된 나는 나에게 대답합니다.
“잘 풀리지 않는 게 당연한 것입니다.
다 잘 풀리면 세상은 너무 재미없을 겁니다.
풀어나가는 재미가 있어야지요.
자, 이제 하나씩 풀어나가 보세요.
안 되는 이유를 고민하기보다 되는 방법을 찾아보세요!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지게 되어있어요.
이왕이면 매 순간 순간을 행복한 감정으로 채우세요.”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칠 때 누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누나, 힘들어도 스스로 극복하는 재미가 있잖아?
그 재미까지 남에게 맡기진 말자.
대신 그 에너지와 돈으로 가족들과 맛있는 음식 나눠먹고, 서로 연락 자주하자.”
어제 하늘을 올려다보니 오늘 해가 구름에 가려질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오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합니다.
누가 알려주지 않았지만 우리는 오늘이 감사합니다.
2017. 5. 1
-jeongjongh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