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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제시 Oct 13. 2022

외국에서 일을 구해보니

일 구하기의 시작(2)







실망감을 안고 이곳저곳을 배회하다 보면 금세 배가 고파져서 가끔 뭔가를 사 먹어야 할 때도 있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서 비싼 돈을 내고 삼시세끼 챙겨준다는 홈스테이를 찾았던 건데, 처음 얘기했던 거와 다르게 '본인들도 일을 하는 사람들이니 아침은 간단하게 해결하고, 저녁은 시간만 맞춰서 들어오면 챙겨준다'라는 느낌으로 말을 오묘하게 바꿔버려서... 생각지도 못한 지출이 발생하면서 통장 잔고는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게 바닥을 향해 가고 있었다. 


무언가 하루 종일 신경이 곤두선 느낌. 썩 마음에 들지 않는 홈스테이의 밥 대접과 일을 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압박감은 곧 괜히 왔다는 후회로 변하고, 성격 급한 나는 급기야 캐나다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실제로 캐나다에 나와보니 생각보다 사람들이 1년을 꽉 채워 있진 않았다. 몇 달만에 한국이 그리워서, 일자리가 안 구해져서, 몸이 안 좋아서, 캐나다 생활이 안 맞아서 등등 각자의 사정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있었다. 나이가 어릴수록 더욱 그렇다. 그들에게는 꼭 캐나다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으니 더더욱 그렇다. 오히려 나이가 많을수록 - 이렇게 캐나다에 나온 것이 큰 결심이고 다신 없을 기회일지도 모르니까 포기하지 못한다. 떠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 또한 주변에서 잔소리 들으며 나온 워홀을 '실패'라는 이름으로 남기고 싶지 않기도 하다. 채 한 달도 안 되어 돌아가면 그만큼 얼마나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일까. 나에게 취업이나 하지 왜 이 좋은 시기에 캐나다를 가냐고 말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말이 맞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꼴밖에 더 되지 않을까.



                                                       내가 처음 일했던 곳, government street 근처의 Oh Gelato



진짜 안되면 짐 싸겠다는 각오로 영어멘트 적인 부분도 계속 점검하고 간간히 인터뷰도 보러 다닌 끝에, 한 로컬 젤라또 아이스크림 가게의 Bill을 만나게 된다. 이제 갓 캐나다에 도착한 햇병아리에 영어실력도 변변치 않지만, '다 모르겠고, 진짜 일단 시켜줘 봐라, 나 잘할 수 있다, 믿어봐라' 식의 거의 막무가내식 배짱이 나름 잘 통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겸손이 미덕이라고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첫째도 자신감이요, 둘째도 자신감이요. 다시 생각해봐도, 외국에서 일을 구하는데 제일 중요한 점은 뛰어난 언어능력이 아니라 적극적인 자세와 자신감이었다. 


그렇게 Oh Gelato는 내게 파트타이머 근무를 제안했다. 비록 주 20시간의 파트타이머였지만, 후에 풀타임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물불 가릴 처지는 못 되기에 바로 콜을 때렸고.. 드디어! 나도 캐나다에서 돈을 벌 수 있게 됐다. 나의 첫 노동...







우선 내가 배정받은 룰은 간단했다. 손님들이 오면 응대하고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것. 

처음 3일간은 매니저에게 손님들이 왔을 때 어떻게 응대하고 , 추천 메뉴는 뭐고, 스쿱 정리는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업무 프로세스부터 트레이닝받았다. 사실 손님들과 대화하고 주문받는 게 가장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바로 손님을 상대하지는 않아도 된다 했고, 그냥 당분간은 옆에서 어떻게 일하는 지만 지켜보는 걸로 충분하다 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그들의 교육법은 느릿하면서도 섬세했다. 


포스기 사용은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는데, 문제는 캐나다 동전 구분법이었다. 카운터에서 달러로 계산하고 돈을 받아 거슬러 주면 되는데, 동전 종류는 왜 이렇게 많으며, 도대체 왜 25센트나 1센트가 필요한 건지... 단위가 복잡해지면 복잡해질수록 뇌 정지가 와서, 갑자기 잘하던 산수도 안 되고.  거기다 날 더 헷갈리게 만드는 요소가 또 하나 있는데, 바로 캐나다 사람들이 동전에 애칭 비스무리하게 이름을 붙여 부른다는 거다. 1달러는 투니 Toonie, 2달러는 Loonie, 25센트는 Quarter 요런 식으로 말이다. 둘째 날이었나, 셋째 날이었나 마주한 한 손님이 "Do you have a dime?"이라고 했을 때 너무나도 당당히 "Sorry, I don't have."라고 해놓고 10센트를 냈을 때, 나를 이상하고 보던 손님의 표정이 아직도 잊히지가 않는다.  


캐나다 화폐단위는 캐나다 달라 CAD이며, 동전은 총 6가지, 지폐는 4가지가 된다. 아무래도 13%의 세금이 붙고 하니 뒷자리 금액이 애매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동전 단위가 많이 생긴 게 아닐까 하는 뇌피셜을 지껄여 본다.. 여하튼 캐나다 동전들은 저마다 이름이 있으니 꼭 외워두자!

- 1센트는 Penny페니, 5센트는 Nickl니켈, 10센트는 Dime다임, 25센트는 Quarter쿼터(1/4의 quarter), 1달러는 Loonie루니, 2달러는 Tonnie투니




그래도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돈 계산도 곧 수월해지겠지. 1주일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고, 어느새 나는 업무 현장에 바로 밀어 넣어져 있었다. 줄곧 눈으로만 지켜보다가 실제 내가 손님과 마주하며 주문에 따라 아이스크림을 퍼서 내놓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 스쿱(scoop)으로 동그랗고 예쁘게 말아서 와플 콘 위에 올려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팔 힘이 아주 많이 들어간다. 종류는 또 얼마나 많은지.. 무려 66가지나 된다. 몰랐는데 여긴 알레르기에 민감한 사람도 많아, 메뉴 하나하나의 재로까지 다 외워야 했다. 견과류가 들어있지는 않은지, 유제품은 아닌지, 이거야 뭐, 의도치 않게 기억력 테스트를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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