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고쳐먹으니 세상이 바뀐다라고 드라마틱한 변화를 내뱉고 싶지만 실상은 내 마음만 편하다.
그것도 아주 쬐끔.
며칠을 뾰족뾰족 고슴도치처럼 살았다.
입으로는 그러려니라고 하면서 실은 마음이 멍들어 가는 그런 시간들의 반복이었달까.
그러다 어린 아들의 한마디에 정신이 번쩍 든다.
"엄마 괜찮아?"
응? 갑자기 왜? 평소 그런 얘기를 잘하지 않던 아이여서 의아함에 웃으며 물어본다.
"아파 보여서"
이 한마디를 툭 던지고는 시크하게 집으로 들어서는 아이를 뒤로한 채 화장실로 뛰어가 거울을 봤다.
얼굴이 새까맣다. 8살 아이가 뭘알아 아프냐고 하겠냐마는 그런 아이의 눈에도 병들어 보였던 거다.
아이의 그 두 마디에 정신이 번쩍, 마치 주마등이 스치듯 무수히 많은 생각이 흐른 찰나였다.
똥방귀 발사~!!
여느 때와 같이 깔깔거리며 웃음을 나눈다.
아이는 다시 엄마가 아프든 말든 내 재미와 놀이가 중요한 8 세 어린아이로 돌아왔다.
잊고 있었다. 내가 병들면 아이도 함께 웃음을 잊어가게 된다는 것을.
잠시 아이에게 집중해 본다.
내 선택이 나를 병들게 하기는 아니었던 터, 잠시 지난 몇 주를 돌아보고 한숨 쉬어가 본다.
티 나는 앞담화를 뒤로하고 모두가 걱정으로 인사를 대신하는 상황을 바꿔야 한다. 속상한 것은 어쩔 수 없고 이미 지난 일은 되돌릴 수없다. 지금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내가 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잘 못하는 것을 못한다 인정하고 잘 좀 봐달라 양해를 구해본다. 도움을 청하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
심리적인 불안감과 불편감이 발목을 잡고 나아가는 것을 막아 서선 안된다. 멈추면 썩고 그대로 도태된다.
그게 죽기보다 싫은 사람이 아니었던가.
마음을 한 텀 내려놓고 상황을 잠시 멀리두고 보니,
그리 걱정될 것도 불안할 것도 없다.
마음을 고쳐먹으니 내 마음이 조금 덜 아프다.
그거면 됐다.지금은 그거면 됐다.
왜 그리 아팠을까 생각해 보니 잘하고픈 마음이 독이 되어 서서히 병들어갔다.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잘못이 아닌데 독이 된다는 게 참 속상한 말인데, 말 그대로 속이 상하는 일인 거다.
물리적으로도 함께 곪아 가는 것이다. 잘하고자 하는 맘이 잘못이 아니다 보니 병들어간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점점 체력이 떨어지고 쉽게 지쳐버린다.
잘하고자 하는 마음이 부딪힘을 만나게 되면 종종 존재가 거부된 것처럼 인생의 크나큰 실패로 각인을 새기는 실수를 하곤 한다. 그럴 때는 그 상황과 나를 분리시켜 바라봐야 한다. 모든 인간이 완벽하지 않고 아무리 좋은 사람도 누군가에게는 나쁜 사람이 될 수 있다. 세상 어떤 것도 완벽한 상황은 있을 수 없다. 앞이 있으면 뒤가 있고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법이다.
몸이 지쳤으면 쉬며 회복하고 마음이 다쳤으면 마음이 치료될 수 있게 하면 될 일이다. 적절한 처방을 찾아본다.
40분째 까르르 숨넘어가는 8살의 아찔한 똥방귀 공격에 같이 단전에 힘을 모아 응수해 준다. 꽤나 강력한 한방을 날리는 데 성공하고 보니 기분이 퍽 상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