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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찌니 Feb 17. 2024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남들이 볼 때는 걷기이지만 나에게는 달리기일 수 도 있잖아요

건강에 대한 인식은 늘 바닥에 가까운 사람. 

가끔 무슨 운동하세요 라는 질문에 자랑스러운 듯 '숨쉬기요'라고 대답하는 사람. 

체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5살 아이들과 비교해도 휘청거릴 체력으로 늘 저질체력이라 입버릇처럼 말하곤 한다. 그게 무슨 자랑인 것처럼. 

힘들게 헉헉거리며 운동하는 것보다는 짧고 가볍게 효과적인 운동을 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 내면에는 이런 의미가 있었다 

'난 관리하지 않아도 이 정도는 돼요'라는 일종의 자신감과 같은 유사 심리가 저변에 깔려 있었다. 

20대 때는 먹어도 살이 쪄도 조금만 맘먹고 움직이면 원하는 만큼 근육을 만들 수 있었고 타고난 근력량으로 쭉쭉빵빵 모델 같은 몸매를 가지지는 못해도 부끄럽지 않게 원하는 옷을 입고 다닐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

그러다 문득 30대가 되고 이전과는 다른 양의 운동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짐을 느끼면서 점점 운동을 더 멀리 하게 되었다. 일종의 어설프게 운동하다 끊으면 요요가 와서 오히려 더 몸이 헷갈릴 수 있으니 오히려 모든 운동을 멀리하여 운동 없이 최소한의 운동량에 몸이 적응하게 만들자는 약간은 궤변을 늘어놓는다. 

늘 열심히 뛰어다니는 토끼보다 천천히 움직이는 거북이가 더욱 장수한다는 논리에 격한 공감을 표현하며 나도 거북이처럼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전체 에너지의 소모를 최소한으로 하리라를 실천하며 살았다. 

그러니 달리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단연코 단 한 번도. 


문득, 정신 차리고 보니 40대가 되고 30대와는 또 다른 몸의 상태를 만나며 건강에 대한 궤변은 더욱 강력해졌다. 신체적인 건강을 위한 투자는 극최소화하고, 정신적인 건강으로 모든 것을 컨트롤할 수 있을 거라 스스로를 설득시키고 몇 년이 흐르며 어느 순간 좋아하던 것들을 즐기지 못하는 순간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술을 마시는 것이 힘들어지고, 좋아하던 여행이 피곤해지고, 마냥 심장이 두근거리던 일이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세 번째 항목에서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일이.. 하기 싫어졌다.

 몸이 지쳤다는 신호를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며 다음으로 향해 왔었다. 지친 몸은 각성을 시키고 다른 자극을 더해가며 극한으로 스스로를 몰고 가는 것이 당연하고 어색하지 않았다. 아무리 몸이 아프고 힘이 들어도 일이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었다. 그저 잠시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혹 들 때는 있었어도 일이라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스스로가 느끼는 감정 안에 찾아보기 힘든 감정이었다. 

그러다 문득 일도 하기 싫고 다 귀찮고 재미없다고 말하는 내 모습에 이전과는 다른 위험을 느꼈다. 


내 안의 변화가 다른 시도를 시도하고 있구나를 감지하며 행동을 재정비해본다. 

10년 뒤의 나를 소환하여 자극을 주려 해 보니 50대의 그녀는 크게 달라진 것 없는 삶에 조용히 희미해졌다. 

오 마이갓..!! 심각하구나...

20년 뒤의 나를 소환해 본다. 


60대 초반 여전히 활발하게 사회 활동을 하며 20대의 장성한 아이를 바라보며 서로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제 갓 사회를 접하게 된 아이를 바라보며 앞으로 만나게 될 여러 난관들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히 나누며 조금 더 긴 시간을 살아온 선배로서 응원을 해준다. 

그녀는 이렇게 얘기한다.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결과는 예측밖의 상황을 항상 동반할 거야. 예상외로 엄청 풀려나갈 수도 있고 기대보다 못한 결과에 좌절하고 실망하는 상황이 수도 없이 생길 수도 있어. 그런데 그것도 과정 중의 하나일 뿐이더라. 네가 가려고 하는 곳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여러 과정을 통해 도달할 수밖에 없을 텐데 한 가지만 기억하면 좋겠어.  항상 방법은 있다는 거야.  

어렵고 힘든 일은 있어도 불가능한 것은 아닐 수 있어. 내가 포기하기 전까지는 실패가 아닌 과정인 거니까. 방향이 바뀌고 목적지가 바뀔 수도 있어. 그런 변화들은 당연한 거야. 

당연하다고 스스로를 믿고 응원해 줄 수 있는 힘이 있다면 절대 못해낼 것은 없어. 그게 내가 너도 다 조금 더 일찍 태어나 조금 더 길게 살아오면서 배운 한 가지야. 살아보니 인생은 방법을 찾아내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며 연습하는 것이더라.  그게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고 생각보다 그 길이 꽤나 험할 수도 있어. 

그래도 지나고 보면 꽤 할 만했더라. 시간과 체력싸움인 경우가 많더라. 체력을 키워 너만의 방식으로. "


그녀를 통해 들어본 얘기는 지금 체력이 떨어져 싸움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은 아닌가 돌아보게 한다.

"그래 갑자기 달리기는 못할지언정 달리기를 한다는 생각으로 빠른 걸음으로 걸어보자. 내일은 회사까지 한번 걸어가 볼까. 얼마나 걸리는지 걸어가 보고 출퇴근길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 보자. 운동도 하고 머리도 비우고 아침 공기도 머릿속에 채워 넣고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생각이 들고 보니 찬찬히 해야 할 것들이 머릿속에 들어온다. 


지금은 한 번에 다 하려 하지 말고 천천히 하나씩 마무리 지어나가 보자. 

오늘은 일단 내게 절대 존재하지 않을 운동 리스트 중 하나였던 달리기와 같은 운동을 시작하기로 마음먹는 것부터다. 평소에 5분도 채 걷지 않으니 바로 달리기는 이어가기 힘들 테고 하루하루 생활에 녹여 넣어야 한다. 그러려면 달리기를 한다는 맘으로 걷는 것부터. 


20년 후의 모습에 여전히 일을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으로 살고 있으려면 지금은 체력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10년, 20년 아무리 되돌아보고 미래를 꿈꾸어 보아도 바뀌는 않는 하나의 모습이 있다면 그것은 내가 놓고 싶지 않은 마음 중 가장 크게 의미와 가치를 두고 있는 일인 거다. 

그것의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아닐지라도 지금의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잘 이겨내지 못하면 앞으로 가는 길을 이어가는데 숨 가쁘게 쫓아가게 될 테니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관리를 시작해 본다. 일단은 하루부터 해보고 이틀을 이어가고 그렇게 사흘, 나흘이 지나 일상이 될 때까지 이어가다 보면 20년 후의 그녀와 조금 더 가까워져 있을 테니 말이다. 


하나씩 내게서 나쁜 습관들을 빼내고 그 자리에 좋은 습관들을 채워가는 스스로를 칭찬하며 또 열심히 끌고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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