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꿈꾸는 노년 생활

티격태격 변호사 가족의 일상

by 찐니

서울에서 이 곳 지방의 도시로 이사 온 후 구체적인 노년 계획이 생겼다.

집 근처에 있는 공원을 매일 산책한다는 계획이다. 늙으면 아침잠이 없어진다고 하니까, 산책시간은 이른 아침이 좋을 것 같다. 아니다. 공원에서 노을이 아주 근사하게 보이니까 노을이 지는 저녁시간이 좋겠다.


그런데 매일 편하게 산책하려면 공원 바로 앞에 있는 집에 살아야 한다. 집 평수는 작으면 좋겠다. 청소하기도 귀찮고, 아이들이 독립하면 많은 방도 필요 없기 때문이다. 대신 창밖으로 공원이 내려다 보여야 한다. 베란다는 트지 않은 게 좋다. 화분을 키우기엔 바람이 잘 통하고 볕이 잘 드는 남향 베란다가 최상이기 때문이다.


물론 멋진 전원주택에 살면서 정원을 가꾸는 것도 좋지만, 그러다간 몸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다. 남편은 문과라서 집수리나 정원 가꾸기는 영 도움이 안 될 거니까. 대신 요리를 잘하니까 봐준다. 창 밖에 보이는 공원을 정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실 찜해 둔 아파트가 있다. 지하철에서도, 학원가나 편의시설에서도 멀어서 이 동네 아파트 중 매우 저렴하다.

그래, 너로 정했어!


주중에 며칠은 공공도서관에서 사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읽고 싶은 책을 실컷 읽고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겠다. 그림이나 새로운 악기를 배워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주말에는 가끔 남편이랑 낚시를 하거나 등산을 하면 좋겠다. 보통 노년에는 부부가 골프를 치러 다닌다고 하던데, 나는 골프복을 예쁘게 차려입을 자신이 없어서 패스다. 대신 낚시는 남편보다 잘할 자신이 있다. 사실 물과 더 친한 사람은 나다. 낚시가 좋은 건 손맛도 있겠지만 물 멍이 좋은 것도 있다.


주말에 이렇게 다니려면 체력이 좋아야 한다. 남편은 워낙 건강관리를 잘해서 괜찮을 것 같은데, 내가 문제다. 벌써부터 여기저기 쑤시고 관절에서 뚝뚝 소리가 난다. 슬기로운 노년생활을 위해 근처 필라테스라도 등록하자.


아주 가끔은 해외여행도 가면 좋겠지만 건강이 허락할지 모르겠다. 사실 이런저런 일로 외국에 많이 다녀봤지만, 집 근처 공원에서 바라보는 노을도 이국의 풍경 못지않은 감동이 있다. 가성비로 따지면 집 앞 노을이 승이다!


아무튼 매일 저녁 공원을 산책하는 게 내 계획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이다. 공원에서 노을과 꽃과 나무 사진을 찍을 것이다. 읽은 책에서 인상 깊은 구절을 적을 것이다. 그리고, 할 수 있다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쓸 것이다.

keyword
이전 05화행복이 별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