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는 내 뒤에 있었네

티격태격 변호사 가족의 일상

by 찐니

"내가 생각해도 멋있는 말을 했어."

점심을 같이 먹다 뜬금없이 위원장님이 말씀하셨다.

"네? 뭔데요?"

"우리네 삶이 내 앞에 있는 무지개를 쫓아가는 거 같아. 그런데 내 앞에 있는 무지개는 죽을 때까지 잡을 수가 없지. 그런데 문득 돌이켜보니 무지개가 내 뒤에 있는 거야. 이미 지나가 버린 거지."

머리가 하얗게 센 위원장님의 말씀에 순간 눈물이 왈칵 났다.

"위원장님의 무지개 시절을 언제셨어요?"

"글쎄..."

위원장님은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말끝을 흐리셨다.


나의 무지개 시절은 언제였을까?


안 그래도 어제 복구된 싸이월드 다이어리 으며 10년도 더 지난 시절을 떠올렸더랬다.

첫아이를 낳고, 복직을 하고, 둘째를 낳고, 아이들을 키우며 새벽까지 일다. 몸도 고되고, 눈에 밟히는 아가들을 두고 일하러 나가려니 마음도 힘들었다. 내 집 마련을 하느라 대출을 갚겠다고 허덕이던 나날들이었다.


이제 십 대가 된 아이들은 더 이상 그때처럼 엄마를 기다리지 않는다. 중년이 된 남편은 직장도 정서도 그때보다 안정되어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았던 덕분에 대출금도 다 갚았다.


그런데, 지난 글들에서 지금 사춘기가 된 아이들에게는 더 이상 느낄 수 없는 애틋한 마음이 느껴진다. 직장에서 고군분투하느라 힘들어하는 남편에 대한 걱정과 애정도 지금보다 많이 느껴진다.

힘들었어도 그때는 젊었구나.

더 많이 사랑했구나.

젊고, 더 많이 사랑했어서, 더 빛나고 충만했었구나.

그 시절이 내게 무지개였나 보다.


이제는 아가들과 남편에게 몰입하던 시절을 지나, 그간 돌보지 못했던 나 자신을 돌아보고 세워가 있다.

일을 하고, 글을 쓰고, 집안일을 하느라 바쁜 나에게 남편은 가끔 자신에게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투덜거린다.

나중에, 나중에 할머니가 돼서 돌아보면 지금 나에게 집중하는 이 순간도 무지개였구나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파랑새를 찾아 떠난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집에 돌아와서야 파랑새를 찾은 것처럼, 인생의 아름다운 순간도 한참 길을 걷다가 돌아보아야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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