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함께 살 결심!

티격태격 변호사 가족의 일상

by 찐니

한동안 "졸혼"이란 말이 유행했다. 이혼도 아니고 황혼이혼도 아니고 졸혼이라니 정체가 무엇인가. 외견상 혼인관계는 유지하지만, 사실상은 남남처럼 산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실혼"에 반대되는 말로 "사실 이혼"이라고 해야 할까?


쳐다보기만 해도 꿀이 떨어지던 신혼시절을 거쳐, 아이가 생기고, 긴 육아와 생활의 터널을 지나다 보면, 어느새 서로 쳐다보는 부부의 눈빛은 달라져 있을 것이다. 주름이 늘어가고 몸매도 후덕해지면서, 빛나던 청춘의 매력도 점점 사라져 간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라는 영화가 상영된 이후, "~할 결심"이라는 유행어가 생겼다. 중년의 부부 사이에서도, "헤어질 결심"을 하느냐, "함께 살 결심"을 하느냐에 따라 그 관계가 크게 달라지는 것 같다.


부모 자식, 형제자매의 관계는 피로 맺어져 있기 때문에 무슨 결심을 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레 연결이 된다. 사이가 멀어졌더라도 조금만 노력하면 쉽게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부부는 엄밀히 남남이다. 자녀가 있는 경우 자녀라는 연결고리가 생겼을 뿐이다. 이런 남남끼리 만나서 결혼하기까지 얼마나 큰 결심을 했겠는가. 그런데 중년의 위기를 맞이한 부부 사이에도 다시 한번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기가 찾아오는 것이다.


사실 중년의 시기는 꼭 부부 관계뿐 아니라, 많은 면에서 변화를 맞이한다. 신체적으로는 호르몬 변화로 갱년기를 심하게 겪을 수도 있다. 예전과 같지 않은 체력에 슬퍼하며 우울감에 빠질 수도 있다.

내 집 마련과 생활의 안정을 위해 앞만 보며 바쁘게 달려오던 삶을 돌아보고, 진정한 삶의 의미와 행복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게 된다.


품 안에 쏙 안겨 나만을 바라보던 아이도 사춘기가 되면서 나를 더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자녀에 대한 맹목적인 애정과 헌신도 내려놓고 나 자신에 더 집중하게 된다. 여기서 더 내려놓지 못하고 아이 공부나 훈육에 집착하게 된다면 아이와의 관계 문제로 인생이 더 힘들어질 수도 있는 것 같다.


어느 정도까지는 돈이나 물질이 생존을 위한 삶의 필요조건이지만, 그 이상이 되면 행복감과 무관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자녀가 공부를 잘한다거나, 남보기 떳떳한 대학 졸업장과 직업을 갖는다는 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별로 공부를 못했거나 결혼을 안 해서 속을 썩인 자녀의 경우, 오히려 부모님이 늙어 편찮으실 때 병원에 모시고 다니는 등 곁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공부를 잘했거나 전문직 같은 직업을 가져봤자, 나 잘난 맛으로 부모님께 따박따박 말대꾸를 하고, 힘들게 공부하고 일한 보상을 찾는다며 훌쩍 떠나버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사춘기 이후 자녀와는 어느 정도 "헤어질 결심"을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럼 부부 사이는 어떤가? "헤어질 결심"을 하거나, "함께 살 결심"을 해야 한다.


먼저 헤어질 결심을 해 보자. 어떤 일이 생길지 구체적으로 떠올려 본다. 우선 재산 정리를 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갈등이 생겨 서로 밑바닥까지 보게 될 수도 있다. 아이들이 입을 상처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혼은 하지 않고, 같은 집에서 서로 남남처럼 살아간다면? 필요한 말은 서로 카톡으로 전달한다면? 많이 답답하고 불편할 것 같다.


그럼 남은 건 "함께 살 결심" 밖에 없다. 어차피 함께 살 바에야 즐겁고 행복하게 함께 사는 것이 한결 낫다. 그럼 먼저 상대방이 나한테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다. 많은 중년 남편의 경우 집에 오면 환하고 따뜻하게 맞이해주는 처자식을 원하는 것 같다. 오거나 말거나 각자 아이패드 삼매경에 빠져있는 가족 말고.


좀 어색하지만 코에 바람을 빵빵하게 채워 넣고, 현관문 비번 소리가 들리자마자 부리나케 달려 나간다. 고객센터 여직원 코스프레를 하며 90도로 큰절을 한다.

"여봉~ 오셨어요? 오늘 하루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얘들아, 빨리 와서 아빠한테 인사드려라. 얼른~!"

요렇게 수선을 떨어 보자. 아마 남편은 쑥스러워하면서도 괜스레 어깨가 으쓱해질 것이다.


왜 이렇게 나랑 맞지 않나, 잘못 결혼했다, 인생이 당신 때문에 꼬였다 비관하고 고민하는 중년의 부부들이여!

"헤어질 결심"을 하고 제3의 사람을 찾아 나서지 않을 바에야, 차라리 "함께 살 결심"을 하자.

만약 함께 살 결심을 했는데도 상대방이 헤어질 결심을 굳히고 바꾸지 않는다면, 까짓것 그때 가서 나도 헤어질 결심을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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