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녀는 본처보다 예쁠까?
티격태격 변호사 가족의 일상
막장 드라마를 보면 불륜녀는 본처보다 어리고 예쁜 경우가 많다. 촌스러운 뽀글 파마머리에 고쟁이를 입은 본처는, 화려하고 어여쁜 불륜녀를 확인하고 눈물을 흘리며 돌아선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어떨까?
업무상 불륜사건을 종종 접하는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수많은 불륜녀들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불륜녀가 본처보다 예쁜 경우는 거의 못 보았다.
또 불륜남이 남편보다 돈을 많이 번다거나 능력이 있는 경우도 거의 못 본 것 같다.
아니, 직업이 뭐길래 업무상 불륜사건을 자주 접하게 되었냐고 물으신다면? 나는 민사소송 중 원고와 피고가 합의하도록 돕는 조정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이들을 응징할 수 있는 방법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밖에 남지 않았다. 때문에, 상간녀, 상간남을 상대로 본처와 남편이 청구한 손해배상 사건을 종종 접하게 된 것이다.
왜 예쁜 아내, 능력 있는 남편을 두고 이들과 바람을 피우게 되었을까?
불행인지 다행인지, 요즘은 배우자의 바람피우는 현장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는 일이 참 쉬워졌다. 차량마다 달려 있는 블랙박스에는 이들이 은밀하게 나누는 대화가 모두 녹음되어 있다. 또, 핸드폰 카톡 내용도 쉽게 복구된다. 통화내용은 나도 모르는 새 자세히도 녹음된다.
그래서, 나는 소송기록에서 별로 알고 싶지 않은 낯 뜨거운 불륜 현장의 대화들을 낱낱이 읽어보게 되었다.
이들의 대화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서로 살뜰히 챙겨준다는 것이다. 서로 칭찬을 많이 해 준다는 것이다. 등산 동호회에서 만난 중년의 남녀는 몸이 조금만 안 좋다고 해도 당신의 소중한 몸 상하면 안된다며 애달아한다.
불륜이라 더 애달픈 걸까? 아니면 이렇게 애달파서 바람까지 피우게 된 걸까? 어느 편이 되었든, 어쩌면 사람은 자신을 이렇게 소중하게 아껴주고 생각해 주는 사람에게 자신의 진심을 주게 되는 게 아닐까 싶다. 본처가 아무리 예뻐도, 남편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말이다. 자신을 찬란하게 쳐다봐 주지 않으면 마음의 허전함을 채울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배우자나 연인이 나에게 냉담해진 이유가 "내가 예쁘지 않아서 그런가?", "내가 능력이 없어서 그런가?" 하고 자괴감에 빠질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더 살뜰히 챙겨주고 더 애틋하게 바라보자. 어느새 익숙해졌던 서로에게, 불륜과도 같은 불꽃이 지펴질는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