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에서 진상부부가 되다.

티격태격 변호사 가족의 일상 1

by 찐니

아래 내용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였으나, 10여년도 더 지난 일이라 재미와 과장, 자조적인 표현을 섞어 상당 부분 각색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도입부로 가볍게 쓴 글이 조회수가 높아져 조심스럽네요. 더 자세한 내용은 제가 쓴 댓글을 참조해 주세요.




남편과 나는 사법연수원에서 만났다. 7년을 가끔 만나 밥먹는 오빠 동생으로 지내다, 갑자기 연애를 시작해서 반 년만에 결혼했다. 내가 셔츠 단추를 두 개 푸르고 만났던 날, 갑자기 여동생이 여자로 보였다나.


우린 둘 다 막변이었다. 판사 검사를 거치지 않고 연수원 수료 후 바로 변호사 생활을 시작하는 걸 막변이라고 한단다.


막변이라서 그랬는지 직업정신이 너무 투철했던 우리는 신혼여행지인 발리 풀빌라에서부터 진상부부로 등극하게 되었다.


내가 풀빌라에서 수영을 하다 풀장 계단에 콧등이 부딪혀 찢긴 거다. 현지 병원에 가서 소독하고 연고 바르고, 거기까진 좋았다. 그런데 남편이 풀빌라에 모기가 너무 많다며 밤새 모기향을 피웠다가 재가 떨어져 테이블이 녹아 버렸다. 체크아웃을 할 때 프런트에서 녹은 테이블을 변상하라고 하는 게 아닌가?


지금같으면 귀찮기도 하고 주변도 생각해서 변상해 주고 나왔을 것을, 혈기왕성한 막변이었던 우리 둘은 맞클레임 작전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남편 왈, "여기 내 마누라 콧등 찢어진 거 보이죠? 이거 당신네 풀빌라 풀장에서 부딪혀 다친거니 당신네 풀장에 구조적 하자가 있는거다. 우리가 물어내야 되면 당신네도 물어내야 되니 똔똔으로 합시다!"


풀빌라 직원들은 처음엔 무슨 말도 안되는 어거지냐는 눈으로 우릴 보더니 자기네들끼리 전화를 해보고, 우리쪽 여행사 사람들도 부르고, 쑥덕쑥덕한 끝에 결국 우릴 그냥 보내주었다.


오... 우리 논리가 통한거야? 룰루랄라 집으로 돌아왔는데, 여행 주선해준 사촌오빠로 부터 받은 전화 한 통. "야 너네 거기서 진상부렸대매?" "하하하. 들으셨어요?" 민망한 웃음으로 마무리. 현지 여행사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풀빌라쪽과 좋게 이야기해 준건지 어쩐건지 모르겠지만 국제진상커플로 소문났나보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본능적으로? 아니 직업병으로 나오는 진상을 장착한 막변 커플인 우리 부부는 그 후로도 가끔 진상을 부리며, 아이 둘까지 낳아 알콩달콩 티격태격 잘 살고 있다는 진상스런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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