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때 갑자기 펑펑 소리가 들리더니 주방 창문 사이로 불꽃이 보였다. 집 근처 공원 광장에서 불꽃놀이를 하는 것 같았다.
딸이랑 둘이서 한 번 가보자며 의기투합했다. 그런데, 차를 타고 가는 동안 아쉽게도 불꽃놀이는 끝난 모양이었다. 대신 주말에 하는 음악분수쇼가 10분 후에 시작한다고 했다.
푸드트럭마다 줄이 길게 서 있었다. 줄이 제일 빨리 줄어들 것 같은 아이스크림 트럭 앞에 줄을 서 있는데 음악분수가 시작됐다. 얼른 아이스크림을 받아 들고 사람들 사이로 끼어들었다.
팔짱을 낀 연인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 동그랗게 모여 앉은 젊은이들... 음악분수에서 이무진의 '신호등' 노래가 시작되자, 젊은이들이 손을 흔들면서 떼창을 불렀다.
날은 시원하고, 사람들은 웃고 있고, 음악은 경쾌했다. 야외라 마스크도 벗어던졌다. 정치가 짜증 나고, 경제가 어려워도 이 순간만은 모두 행복해 보였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서 뜬금없이 모든 주인공들이 모여 파티를 하는 장면이나, 정세랑 작가님의 피프티 피플에서 각자의 사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마지막에 모두 모이는 장면이 떠올랐다.
얼마 전 jtbc에서 방영했던 "비긴 어게인"의 한 장면도 떠올랐다. 유럽 어느 도시에서 버스킹을 하자 소도시의 주민들이 함께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행복이 별건가. 이런 게 행복이지. 사랑하는 사람의 따스한 손을 잡고, 함께 맛있는 걸 먹으며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고, 좋은 음악을 듣고.
그래서 자꾸 주말마다 뛰쳐나가는 건가. 나는.
한 주의 시작을 기다리며 긴장과 우울감이 스멀스멀 올라와야 할 일요일 밤이었다. 뛰쳐나간 덕분에, 뜻하지 않은 행복과 마주쳤다.
겨우 1시간 자리를 비웠을 뿐인데, 아파트에 주차할 곳이 없어 30분 동안 헤매다 겨우 자리를 찾았다. 남편은 주차하느라 고생한 이야기를 듣고 다시는 일요일 저녁에 차 끌고 어디 나갔다 오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엄청 재밌었어. 음악분수에서 사람들이 막 노래하고, 분위기도 좋고..."
"30분 동안 주차하는 걸 상쇄할 만큼 좋았어?"
"응."
남편은 소파에서 넷플릭스를 보며 잠시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다시 말리진 않았다. 누군가에겐 소파와 넷플릭스가 행복일 수도 있겠구나. 행복은 모두에게 다를 수도.
오늘 딸아이가 교회 바자회에서 사 온 "스마일 크랩"을 들여다보았다. 낮에 아무것도 없이 휑한 채집통에 돌과 모래와 은신처, 식물까지 넣어 주었더랬다. 은신처가 퍽 마음에 들었는지 몇 시간이나 숨어있더니, 이제 건방지게 내 눈을 뻔히 쳐다보며 집게발로 돌에 있는 이끼를 뜯어먹고 있다.
"행복이 별건가? 아늑한 둥지에서 이끼나 뜯어먹는 게 행복이지!"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