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기억

안데르센 동화 '눈의 여왕' 재창작

by RNJ


겨울의 기억


1장


뜨거운 모래가

제 빛을 잃고

달빛이 스며

슬픈 거울이 태어났습니다


산산이 부서진 거울

가슴과 눈이 얼어붙어

에덴을 벗어난 소년


꽁꽁 얼어붙은

얼음궁전의 어떤 면에도

나의 모습이 비치지 않습니다


겨울을 알리는

효시(嚆矢)가 울고

소년을 위해 슬피 우는

소녀가 있었습니다


언젠가,

봄꽃으로 한껏 물들

겨우내 텅 빈 강을 바라보며


2장


세상은 이래저래

겨울이었습니다


저마다 아우성을 치는

얕은 뿌리의 것

흩날리는

무색무취의 수분(受粉)

풍문(風聞)을 실어 나르는

궂은 바람과 잿빛 하늘


마을을 내려다보는

Dr. 에클버그

콧대 높이 솟아있는

차가운 유리 안경

갈팡질팡하는 양치기 소년들


겨울이 끝나갑니다


3장


나그네새 날갯짓에

봄바람이 불어오고

영원히 알지 못할

침묵을 남기고

겨울은 그렇게 끝났습니다


유리창을 힘껏 열고

소년과 소녀

두 손을 맞잡고

봄을 위한 합창을 시작합니다


"골짜기 아래 장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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