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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ep46. 트렌드, 낯선 단어의 파급력
by
뉴작
Jun 19. 2022
가끔은 생소한 단어가 부분적으로 우리를 지배한다.
요즘엔 '추앙'이라는 단어다.
사실 나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 단어를
누구에게 써본 적이 별로 없는 듯하고,
들어본 적도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이 단어가 이렇게 수면 위로 올라와 지금 우리 세계에 나름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단연 파급력이 높은 드라마 덕분이긴 하다.
무언가 색다른 분위기로 느껴지는 '나의 해방 일지'
라는 드라마.
제목만 들어서는 드라마 장르가 예측이 잘 안 되기도 한,
'나의 해방 일지' 드라마 장르는 이름만큼이나 복합적이긴 하다.
휴먼, 가족, 로맨스, 오피스, 코미디,
느와르...
요샌 OTT 서비스의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드라마를 본방 사수하기보다, 무언가
몰아보는 경향이 강해져서,
나도 이 드라마를 아직까지 정주행 중이긴 하다.
다른 드라마와 달리 미장센을 느끼고 싶어서인지,
시간을 재촉하며 빨리 보고 싶긴 한데,
이 드라마는 빨리 보기가 잘 안 된다.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나오는 주인공들 혹은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을 자세히 읽고 싶은 나의 심리가 작용하나 보다.
그렇다면, 우린 왜 이 드라마를 신선하고 공감대 있게 바라보는 걸
까?
특이한 남녀관계 감정선에 일단은 주목된다.
여주인공이 남주인공에게 하는 대사
"날 추앙해요. 가득 채워지게"
어떤 드라마에서도 듣지 못했던 대사가 사람들의 귀를 의아해하게 했다.
아니, 남녀 사이에 이런 감정 대사는 처음 들어보기도 한다.
그러니, 특이하면서도 무언가 특별해 보이기도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린 이 단어가 주는 생소함에 매료된 것 같다.
이 드라마에 빠진 우리나라 여성분들은 아마 자기 옆에 있는
가까운 파트너들에게 이 대사를 농담조로 던질 법하기도 할 것이고,
낯설고 생소한 단어 '추앙'의 사전적 의미가
높이 받들어 우러러봄이라는 뜻이니,
굳이 남녀 사이가 아니더라도 서로를 신뢰하거나, 믿는 사이에서
이 단어가 이제는 쉽사리 오고 갈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드라마 구성이나 스토리의 흡입력이
더욱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겠지만,
'추앙'이라는 단어가 주는 감정선의 영향력과 파급력도 크지 않나 싶다.
이 드라마의 초반 시청률은 2-3%대에 불과했지만,
계속적으로 마지막 회까지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하면서
마지막 회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방송시장 환경을 생각할 때, 시청률의 숫자보다 추이를 봐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도 이 드라마는 시청률의 성공적인 모델 중에 하나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트렌드에 참 민감한 나라다.
트렌드에 민감하다는 뜻을 가진 '트민남', '트민녀'라는
신조어가 생긴 것만 봐도 그렇다.
요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가장 하소연하는 말 중의 하나가
우리나라처럼 외식문화의 트렌드 속도가 빠른 나라들이 없다며
홍대 거리만 가봐도 몇 달만에 음식점과 카페의 종류들이
쉼 없이 바뀐다. 이야기한다.
속사정이야 있겠지만,
같은 프랜차이즈라도 주기적으로 인테리어나 간판을 바꾸고
신메뉴를 끊임없이 쏟아낸다.
우리들의 핫플레이스가 한동안 가로수길, 연남동이었다면
어느 순간, 을지로, 성수동으로 바뀌고, 또 곧 어느 지역으로 바뀔지 모른다.
좋아하는 빵과 디저트만 해도 그렇다.
한때는 갑자기 크로플이 급 유행했다,
이제는 도넛 가게, 베이글 가게 앞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카페도 아기자기한 카페들보다,
서울 외곽이나 지방에 어마 무시한 대형 카페들이
트렌드가 되고 있다.
아무튼, 종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트렌드는 바뀐다.
트렌드를 잘 잡으면 한 번에 탑을 찍기도 쉬운 세상이지만,
그 순간을 즐기는 것이 찰나일 수도 있는 세상이다.
내가 어떤 입장에 놓여있는지에 따라
생각보다 재미있는 세상 같아 보이지만,
어려운 세상이기도 하다.
워싱턴포스트 기자 출신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말콤 글래드웰의 <티핑 포인트>라는 책엔,
모든 신드롬은 놀랍도록 작은 불씨에서 시작된다 말한다.
그가 <티핑 포인트>라는 책을 쓰게 된 동기 중에 하나도
입소문의 신비함이었다고 말하는 것처럼...
입소문은 모든 사람이 중요하다고 동의하는 것 같지만,
아무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모르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다.
우리 시대에 입소문은 어쩌면 트렌드의 중심일지도 모른다.
말콤 글래드웰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역설적이게도 모든 지적 교양과 첨단 기술과 정보에 대한
무제한적인 접근이 우리를 아주 원시적인 유형의 사회적 접촉에
점점 더 의존하도록 이끌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지금 우리가 빠져있는 '추앙'의 트렌드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 언제 곧 사라질지 모르지만,
'추앙'과 '추방'의 단어 한 끝 차이가 엄청난 의미 차이가 있는 것처럼
트렌드에 민감한 세상에 사는 우리는
어쩜 흥미로우면서도 아찔한 세상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우린 익숙해질지도 모른다.
찰나의 기쁨과 슬픔 혹은 좋음과 나쁨이라는 트렌드 세상에서
그걸 누리고 즐기는 순간도, 찰나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오늘의 속삭임>
한 세기의 대부분 동안,
우리는 이 나라에서의 영향력을 지위라는 형태로 정의했다.
우리는 돈을 가장 많이 버는 사람들과
가장 많은 교육을 받은 사람들, 가장 좋은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우리의 결정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들었다.
이 개념의 장점은 이런 유형의 사람들을 찾기 쉽다는 것이다.
하지만, 커넥터, 메이븐 , 세일즈맨은 좀 다르다.
그들은 세속적 지위와 성취가 아니라
친구들 사이에서 가지는 특별한 지위에 의해 구분된다.
사람들은 시기심이 아니라, 애정으로 그들을 존경한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 소외와 면역의 밀물을
돌파할 힘이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티핑 포인트 ' - 말콤 글래드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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