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40. 꼬리에 꼬리를 무는 취재 타임

by 뉴작

사람은 스토리를 통해 정보를 접할 때 22배나 더 잘 기억한다고 합니다.

22배라고 어떻게 딱 떨어지게 숫자를 얘기할 수 있지?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미국의 인지심리학자 제롬 브루너라는 분이 분석한 결과입니다.

설령 아주 딱딱한 정보라도 그렇습니다.

정보에 스토리를 덧붙이는 행위가 별것 아닌 듯 보여도

이는 모든 것을 바꾸는 변화의 시작이 된다고 합니다.



팩트체크 작가로서 사실에 기반한 취재를 많이 합니다.

제 방송작가 이력의 대부분이 시사교양, 보도이다 보니,

당연히 이골 나게 취재를 많이 하기도 했죠.

취재의 영역이 기자에게만 해당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작가들에게도 취재는 중요합니다.

시사교양을 하는 프로그램 작가에게도,

저 같은 뉴스의 팩트 체크 작가에게도

심지어 드라마 작가에게도 취재는 중요한 역량입니다.

다만 영역별로 나름의 차이가 있긴 합니다.


일단 저는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취재를 우선으로 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사안이든 현안을 잘 공부하고 습득한 후에

필요한 취재를 시작합니다.

내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취재를 시작하면,

포인트가 산만해지고, 흐름 잡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죠.

취재원이 어떤 부류이냐도 달라지는 포인트입니다.

당연히 지금 벌어지고 있는 핫한 이슈 선상에 있는 취재원인 경우

내가 당신의 사정과 입장을 알고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해 주는 것이 중요하죠.

그래서 간혹 제 숨은 기억을 꺼내보려 노력하기도 합니다.

그로 인해, 내가 궁금한, 우리가 궁금한 포인트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물어봐야 합니다.

그래서 결국 취재도 하나의 중요한 스토리가 될 수 있는 겁니다.

뉴스가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것도,

이런 사실에 기반한 취재가 중요한 구성 요소로 받쳐주는 겁니다.

그래서 취재가 잘돼서, 신선하고 새로운 것들이 발굴되면

방송 내용물의 가치는 높아지는 것이라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전문가들에 대한 취재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일단 방송에 필요한 그리고 중요한

그러나, 우리가 모르는 부분을 물어보는 거기 때문에

취재 질문에 다양성과 확장성 그리고 창의적인 부분까지

필요합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선 약간의 아는 척을,

잘 몰랐던 사실에 대해선 솔직한 자문을 구하는 것이

나름 현명한 취재의 기술입니다.

이제까지 많은 전문가들과 취재를 해봤습니다.

그런데 취재의 결과물은 전문가의 기질에도 영향이 있긴 합니다.

전문가의 스펙과 이력은 훌륭한데, 작가에게 전달해 주는 건

미약한 분들이 있는가 하면,

기대를 별로 안 했는데, 뜻밖의 취재물을 내어주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무엇이든 취재는 선입견을 갖고 하면 안 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합니다.


드라마 작가들은 사실에 기반한 취재를 통해서

새로운 허구의 스토리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팩트체크 작가인 저는

완벽한 팩트여야만 방송에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완벽한 사실과 정확한 정보를 위해

취재가 필요합니다.

때론 취재가 방송 아이템의 영감을 가져다 줄 수도 있고,

때론 취재가 방송 아이템을 구성하는 주요 스토리가

되 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취재가 풍성하게 잘되면

방송에서 쓸 이야기와 할 이야기가 많아집니다.

그러므로 뉴스에서도 취재는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고, 잘 취재된 스토리로 엮어지면

시청자는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겁니다.


작가로서 기사나, 논문으로 정보를 습득하는 것보다

때론 취재로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훨씬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취재를 통해 스토리로 정보를 이해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취재가 굉장히 수월한 작업일 것이라 생각하실 수 있으실 텐데,

그건 절대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몇십 분 이상의 시간을 할애하게 하는 게

요즘같이 바쁜 사회에 자신들의 시간이 소중한 시대에

쉬운 건 아니니까요.

지난 기억 중에 취재로 힘들게 한 취재원들도 기억이 납니다.

삼고초려 이상의 연락에도 한치의 짬도 안 내주는

취재원들도 있었고, 취재를 열심히 A4 몇 장 분량으로 해놓고

마음이 변심해 반영하지 말아 달라는 분도 있었습니다.

때론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샤 이한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그래도 겪어보고 지나 보니,

무수한 취재들이 어느새 제 방송작가 인생에 중요한 간접경험이 되기도 하고,

때론 제가 알지 못했던 영감들을 주기도 합니다.

제가 세상 곳곳에 일들을 다 경험할 수는 없으니까요.


이번 주는 또 어떤 이슈와 주제로

어떤 취재가 나와 함께 할지,

그로 인해 어떤 스토리가 구상되고 만들어질지

지겹지 않은 막연한 설렘으로 다음을 기다립니다.




<오늘의 속삭임>


우리의 내면 어딘가에는

세상을 바꿀 힘이 있다.

- 로알드 달- (픽사 스토리텔링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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