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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ep44. 우리의 골든 타임
by
뉴작
May 29. 2022
지난달 일산의 한 횡단보도에서 한 분이 걸어가다
수직으로 고꾸라 넘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영상을 보면 정말 예측하기 힘들 정도의 갑작스러움이었다.
상황은 우리의 예측이 맞다.
의식을 잃고 갑자기 심장마비 증상이 온 사람이다.
때마침 횡단보도 앞 운전자이자 경찰관이 발견해
심폐소생술을 시행했고, 다행히 시민들의 도움으로
그분은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날 수 있었다.
이번 주에도 역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시민을
지나가던 경찰관이 발견해 심폐소생술로 목숨을 살렸다는 기사를 보았다.
당시 쓰러진 시민은 호흡과 의식이 없었는데,
3분가량의 심폐 소생술 실시로 호흡과 의식이 돌아왔고,
응급조치한 뒤 집으로 무사히 돌아갔다는 뉴스였다.
길에서,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심지어 비행기 안에서
우린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진 시민들의 이야기를
종종 뉴스에서 듣거나 보곤 한다.
주로 뉴스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다행히 골든 타임 안에서 심폐소생술이 가능한
의로운 시민을 만나 기적적으로 살아난 사람들의 이야기다.
만약 내 눈앞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내 삶의 기억 속에서 엄청난 기억이 됐을 법하다.
심폐소생술에는 골든타임이라는 것이 있다.
시간은 4분이다. 심장과 호흡이 멈춘 뒤 4분 이내에
시작하면 회복될 가능성은 높다 한다.
4에서 6분 사이에는 뇌손상이 오기 쉬우며,
10분이 지나면 심한 뇌 손상 또는 뇌사 상태가 된다.
심장마비가 발생했을 때 1분 이내로 심폐소생술을 하면
생존율은 97%에 달하지만,
4분이 지나면 생존율은 50% 이하로 크게 떨어진다.
사실, 심폐소생술이라는 걸 맞닥뜨렸을 때
설령 그 교육을 우리가 받았다 하더라도
그걸 쉼 없이 사용하고 있는 직군이 아니라면,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
선뜻 나서서 하긴 쉽진 않을 것이다.
나 또한 아들이 초등학교 때 학부모 연수로
심폐 소생술 교육을 받은 적이 있긴 하지만,
내가 저런 순간을 마주했을 때
과연 얼마나 적극적일 수 있을까 고민되는 포인트가 있다.
물론 119 신고는 누구보다 먼저 할 자신이 있지만 말이다.
나의 일상 속에도 골든타임은 늘 존재한다.
방송 아이템이나 뉴스 기사에도 골든 타임이란 것이 있긴 하다.
팩트체크 기사에도 어느 순간
많은 언론사들이 함께하다 보니,
같은 이슈에 대해서 같은 포인트의 팩트체크를 하게 될 경우
이럴 땐 팩트체크 명제가 동일한 경우라 칭한다.
타사가 혹시나 먼저 방송 보도를 하게 되면
진행하고 있던 우리의 아이템은 골든 타임을 놓치는 꼴이 되는 것이다.
신문기사보다는 화면으로 보이는 방송 기사가
여러모로 준비할 다른 외적인 영역이 많으니
물리적인 시간에 있어선 우리가 불리하긴 하다.
그러나, 제작진의 빠른 판단과 캐치만 있으면
골든타임을 잘 사수할 순 있다.
그런 노련함이 우리 팩트체크 기자와 제작진에게
다소 없지 않으니..
다행히 우린 나름 잘 사수하고 있긴 한 듯 하지만,
언제나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모두의 무기들은 업그레이드되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골든타임은 호흡이 긴 탐사보도 기사나 기획 기사에도 존재한다.
탐사보도와 기획기사는 심층이라는 숙제를 더해주면서
대신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해 준다.
그러니 기민한 스트레이트성이 중요하기보다는
심층보도의 중심이 되는 주요 여러 사례와
촘촘한 기사의 얼개 구성이 중요하다.
그런 사례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긴 호흡의 기사는 길을 잃고
골든 타임을 놓치게 된다.
과거에 제가 브런치에서 언급한 적이 있긴 한데,
뉴스에서 아이템을 못하게 된다는 것을
'킬 한다'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야기한 적이 있을 것이다.
영어 동사 'kill'과 동일하다.
결국 탐사보도나 기획기사는 발제는 좋았지만,
구성 요건이 탄탄치 않으면 결국 아이템이 가차 없이 '킬' 될 수 있는
상황이 적지 않게 발생할 수 있다.
시청자들에게 소구력이 없는 임팩트 없는 사례는
기사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문득, 지난 과거가 생각난다.
과거 같이 일했던 신중하고, 꼼꼼했던 부장님이 기억난다.
탐사보도와 기획보도는 쌍방의 소통과 의견 교류 피드가 중요했다.
그때 부장님은 팀 기자와 작가를 비롯한 제작진들과
끊임없이 함께 고민을 하고, 결국 혜안을 내주셔서
죽을뻔한 기사를 심폐 소생술 해 멋지게 방송을 나가게 한 적이 있었던
그 좋은 기억..
그런 보도는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방송이 되는 것이고
그런 경험은 방송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힘이 되는 기억이 되기도 한다.
방송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은 팀플이고 협업이다.
무언가가 막혔을 때, 아이템이 갑자기 죽어갈 때
당장 누군가를 질타해선 해결되진 않는다.
막히는 부분을 팀 모두가 한뜻으로 지혜를 모아
야
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다.
심폐소생술에 명의가 필요한 건 아니다.
그 순간을 목격한 목격자의 의지가 중요하다.
결국 쓰러진 환자의 목숨은 그걸 발견한 목격자와
목격자의 의지에 달려있는 것처럼...
방송도 마찬가지다.
의지와 애정에 따라 그 팀의 삶은 달라질 수 있다.
<오늘의 속삭임>
우리는 자기중심적인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데
익숙하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남의 감정을
내 것으로 받아들여야만 할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우리는 저마다 자신의 느낌을 가진다.
그러니까 서로의 감정을 밝히고 나누는 게 중요하다.
우리가 우리를 둘러싼 사람들과 진심으로 공감할 때
좋은 일이 일어난다.
우선 우리는 구덩이를 피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구덩이를 벗어날 수 있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마음의 법칙' - 폴커 키츠, 마누엘 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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