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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작 Apr 09. 2023

ep.64  2023 인생 벚꽃

내 나이 마흔을 넘어가면서 좋아하게 된 명언이 하나 있다.

시인 폴 클로델이 남긴 말인데,

‘사람은 만족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뻐하기 위해 태어났다.’라는…

나의 뇌리를 스친 이 명언으로 인해.

삶의 부등호를  만족보다 기쁨 쪽에 방향을 가리키려  부단히 노력 중이다.


파릇파릇 모든 것의 시작을 알리는 3월을 넘어 4월이다.

봄이 되면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귀한 꽃이 있다.

바로 벚꽃이다. 

그런데, 기후 온난화의 장난 때문인지,

우리가 벚꽃을 즐기는 시간이 

예년과 달라지고, 짧아진 느낌이다.

그래도 여전히 사람들은 활짝 핀 벚꽃들에게서 

즐거움과 기쁨을 느끼고,

떨어진 벚꽃 잎을 보면 여전히 아쉬워하기도 한다.

벚꽃에 대한 이상하고도 오묘한 설렘의 감정은 

숨길 수가 없다.


올해 난 3가지 벚꽃과 마주쳤다.

마주쳤다는 것은 유심히 바라본 벚꽃을 의미한다.

이 3가지 벚꽃을 마주친 시간은 단 2주에 불과하다.

2주 동안 3가지 부류의 벚꽃에 각기 다른 인생의 기쁨들을 경험했다.     


< 3.28 성묘길 벚꽃 나무> 

지난  3월 28일  친할아버지, 친할머니 성묘 갔다가 우연히 마주친 

전라북도 군산 농촌 마을에 혼자 덩그러니 길가에 서 있던 벚꽃 나무다.

아직 피기 전 벚꽃 나무라 그런지 앙상한 느낌까지 들었는데,

트랙터 하나 지나가지 않고, 사람 한 명 보이지 않던

농촌 마을 일 차선 도로 옆 벚꽃 나무에 이상하게 눈길이 갔다.

그리고 난  이 녀석을 사진으로 담았다.

곧 꽃이 만발하게 되면, 이 거리의 적막함이 화사함으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 말이다.

그러고 보니, 매년 벚꽃을 볼 때,  

활짝 핀 벚꽃에 감탄만 많이 했었구나! 생각이 들면서,

피기 전 벚꽃을 이렇게 유심히 오래 들여다 본적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내가 얘를 바라보고 있을 때 이 녀석이 나에게 주는 느낌은

나 이제 곧 필 거야!  

이 마을에 이제 나를 보러 사람들이 많이 나올 거야! 라며

외치고 있는 아직은 앙상한  활짝 피기 전 벚꽃 나무.

피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 모습이  나에게 알 수 없는 기쁨의 웃음을 줬다.


 

<  3.31 여의도 윤중로 벚꽃나무 > 

그리고 , 3월의 마지막 날.

한 달 전에 약속으로 잡아놨던 후배작가들과의 여의도 모임.

내가 아마 기억하건대, 여의도 벚꽃을 봐야지라는 마음으로

이 약속을 잡았던 듯 하지만, 3월 마지막날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원래 올해  여의도 봄꽃  축제는 지난 4일부터 오늘인 9일까지다.

그런데, 야속하게 지난주에 비가 내려서인지,

내가 갔그 시즌이 벚꽃의 절정이었던 듯하다.

난 개인적으로 밤에 보는 벚꽃을 좋아한다.

그래서 과거에도 여의도 벚꽃을 낮보다 저녁에 보러 많이 갔던 것 같다.

불빛이 없어도, 벚꽃이 밝혀주는 환한 느낌이 좋다.

어두운 하늘 아래에서도

자신의 모양과 빚깔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벚꽃.

꽃은 안으로 감추는 게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보이지 않는 향기까지도 아낌없이 내준다.

밤에 보면, 사람구경보다 벚꽃 구경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것도

내가 밤 벚꽃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여의도 공원에서 출발해 국회의사당 메인 윤중로를 지나.

KBS 방송국을 끼고 한 바퀴 도는 산책 코스는

아마 만보에 다다르는 코스이기에, 은근 운동도 되는 좋은 코스다.

평일이면서  축제 전주라서 그런지, 사람들의 밀도도 그리 높지 않아.

한가로이 나름 즐길 수 있게 해 주는 벚꽃 풍경에 

나의 마음이 맑아지고, 환해진 기분이 들었다.

벚꽃 그림자에도 위로받는 것이 사람 마음이라더니..

난 여의도 밤 벚꽃에  위로의 기쁨을 느꼈다.


< 4.8 북한산 벚꽃 나무> 

그리고 4월 8일 주말 토요일에 마주친 북한산 벚꽃.

이번주 벚꽃 축제기간에 야속하게도 비가 내려서일까?

벚꽃의 잎들이 비에 떨어져서 그런가 무성하진 않았다.

날씨도 다소 청량한 쌀쌀함이 있었고,

잎들도 이제 작별 인사를 하는 느낌이었다.


문득 철학자 강신주 선생님이 한 말이 생각났다.

벚꽃이 열흘 반짝 피어도

나머지 시간은 볼품없는 시커먼 나무로 있어도

그 기억 때문에 나머지 시간을 견딘다는 거.

겨우 열흘 남짓한 그 시간 때문에

벚나무라 불린다는 거.


사람들의 인생도 보면 마찬가지 같다.

잠깐의 찰나의 순간의 기쁨을 얻기 위해

우린 어쩌면 365일 중에 360일을 견디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물론, 그 찰나의 순간 때문에

벚나무처럼 살아갈지도 모르겠다.

꽃이 피는 것은

뿌리와 잎이 시간을 견딘 보람.

그리고 모든 꽃이 봄의 첫날

한꺼번에 피지 않는 것처럼.

그리고 꽃을 말할 때는

뿌리와 잎도 같이 말해야 한다는 것을…


2023년 봄

열흘 남짓한 시간에

내가 마주한 이 3가지 부류의 벚꽃이

나에겐 많은 인생의 깨달음을 줬다.

그러니 올해 벚꽃은 더욱 잊지 못할 것 같다.



< 오늘의 속삭임>


그대가 지적 노동과 정신 활동으로부터

충분한 쾌락을 끌어낼 줄 알게 된다면

운명도 그대를 어쩌지 못할 것이다.


          “ 타인의 속마음 심리학자들의 명언 700”   - 김태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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