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냥냥별 May 09. 2024

편식

진.짜. 맛이 없어요!!



편식




아삭아삭 생 당근은 좋지만

물컹물컹 익힌 당근은...  

   

불에 구운 고기는 좋지만

물에 빠진 고기는...   

  

빠알간 딸기쨈은 좋지만

노오란 사과쨈은...   

  

왜? 왜? 왜?     

내 코가 싫어하는 걸

내 입이 밀어내는 걸

    

이유는 나도 모르지

난 그냥 먹기 싫은걸     





  육아를 하면서 힘든 숙제 중에 하나가 아이 밥 먹이는 것이다. 갓난아기 때야 배골플 때 젖병만 물리면 꿀꺽꿀꺽 잘 먹었지만, 예민한 아이는 분유로 바꿀 때부터 트러블이 시작되어 아이한테 잘 맞고 잘 먹는 분유를 찾아 이것저것 바꾸게 된다. 그리고 이유식을 먹고 밥을 먹게 되면서 다양한 음식을 섭취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더 힘들어진다. 투정 없이 아무거나 잘 먹는 아이를 키우고 있다면 정말 복 받은 일이다. 어린아이가 모든 음식을 다 잘 먹을 순 없겠지만(어른도 가리는 음식이 있듯이...), 그래도 고기, 생선, 야채, 과일 등을 어느 정도 골고루 먹어만 주어도 엄마는 너무 행복할 것이다. 그런데 밥 먹는 것 자체를 귀찮아하는 아이도 있고, 밥보다는 간식 종류만 좋아하는 아이도 있고, 밥은 먹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만 먹으려는 아이도 있다. 그래서 부모들은 편식이 심할 경우 자기 아이의 식습관을 고쳐보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우리 엄마의 말에 의하면, 난 아주 어릴 땐 특별히 가리는 것 없이 엄마가 주는 대로 밥을 너무 복스럽게 잘 먹었다고 한다. 어릴 때 사진을 봐도 그래서 그런지 포동포동하다. 그런데 초등학생 정도부터는 가리는 게 많아졌다고 하셨다. 여러 가지 식품군을 비교적 골고루 먹긴 했지만, 지금과 비교해선 못 먹는 게 많았다.  김치나 나물은 엄청 좋아하지만, 파, 양파, 버섯은 1도 못 삼켰다. 이건 뭐 대부분의 아이들이 싫어하는 것이기에 넘어가겠다. 닭고기, 생선은 먹지만 육고기는 싫어했다. 그래서 삼겹살도, 돼지국밥도 먹지 못했다. 느끼한 것을 싫어해서 마요네즈는 냄새는 물론 손에 묻는 것도 싫어했고, 치즈도 싫어했다. 우리 부모님은 그런 점에 대해 크게 뭐라 하시진 않았다. 외동이라 그런지 그래도 내가 잘 먹는 음식 쪽으로 만들어 주셨다. 김치찌개에도 돼지고기보다는 참치를, 미역국에도 소고기보다는 조개를 넣고 끓여주셨다. 그리고 우리 집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내가 그 냄새를 너무 역겨워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라운 건 지금은 먹지 못했던 것들은 너무도 잘 먹고 있다. 특히 삼겹살은 사랑이다. 어른이 되면 입맛이 변한다는 말이 맞는 거였다.


  우리 아이들은 먹는 걸로 힘들게 하진 않았다. 어릴 때부터 고기는 기본에 김치나 나물도 잘 먹고, 회, 육회, 산 낙지도 먹는 아이들이라 더 많이 사주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다. 그래도 파, 양파, 버섯 같은 것은 가리는데, 아들은 생양파도 먹고 딸은 팽이버섯은 또 좋아해서 나보다는 훨씬 업그레이드된 것 같다. 그리고 자라면서 입맛이 바뀔 수 있다는 걸 경험했기 때문에,  지금 못 먹는 음식에 대해 억지로 먹으라고 강요하진 않는다. 그리 심한 편식은 아니기 때문이다. 참 신기한 게 같은 재료더라도 요리방법에 따라 호불호가 생기기도 한다. 생으로 먹었을 때와 구웠을 때, 삶았을 때의 식감과 맛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아니, 예민한 사람의 경우에는 크. 게. 다를 수 있다. 우리 딸도 생 당근은 과자처럼 와작와작 잘 씹어먹는데, 요리에 넣은 당근은 절대 먹지 않는다. 이 정도는 개. 인. 의. 최. 향.으로 넘어가줘도 될 것 같다. 하지만 어른들의 사회에서는 종종 눈총거리가 될 때도 있더라.


  특히 직장인들의 경우, 점심시간을 비롯해 여러 사람이 함께 식사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주로 그 무리의 대장격, 상급자의 취향에 따라 메뉴가 결정되었다. 김찌찌개를 좋아하시는 부장님 밑의 직원들은 매일 김치찌개를 먹어야 했다는 썰이 있을 정도였다. 물론 요즘은 문화도 많이 달라졌다. 신입사원도 목소리를 높여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시대라서, 여러 사람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메뉴를 한 사람은 못 먹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모두가 국밥 먹으러 가는 것에 찬성했지만, 나는 물에 빠진 고기를 못 먹는다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일단 분위기 망치지 않게 따라가서 깨작깨작거리는 것이 나을지, 아님 처음부터 저는 못 먹는다고 말하는 것이 나을지 고민이 될 것이다. 못 먹는다고 하면 혹시나  '참 ~ 입맛 까다롭네~~ 다시 정해야 하잖아~~'라는 말이 나올 수 있으니 말이다. 나는 후자를 선택하는 게 맞다고 본다. 못 먹는 것은 못 먹는다고 이야기하고, 함께 갈 수 없다면 '저는 오늘 혼자 먹겠으니 신경 쓰지 마시고 맛있게 드시고 오십시오'라고 하면 된다. 힘들게 일하다가 한 끼라도 맛있게 먹는 게 인생의 행복 중 하나인데, 음식 앞에서는 솔직해졌으면 좋겠고 다른 사람들도 그것 가지고 눈총 주지도 않았으면 한다.


  좋아하는 데 이유가 없고 싫어하는 데도 이유가 없나? 찬찬히 파고들어 보면 이유가 다 있다. 내 아이가 편식이 심할 경우는 육아 관련 프로에서 나오는 것처럼 그 이유를 찾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게 맞다. 아이가 영양 섭취에 불균형이 오면 건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정도의 경우가 아니라면, 단지 뭐. 든. 지. 가리지 않고 잘 먹어야 한다는 말, 나 때는 없어서 못 먹었다는 말은 조금 접어두자. 사람을 좋아하는 데도 개인의 취향이 있듯이 좋아하는 음식의 취향도 존중해 주자. 대신 우리 엄마가 하신 것처럼 아이가 못 먹는 것을 다 빼고 음식을 하진 말자. 지금은 못 먹더라도 자라는 과정에서 입맛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중간에 한 번씩 재. 시. 도. 를 해볼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그러다 보면 내가 처음 삼겹살을 먹게 된 날처럼, 어느 날 문뜩 이런 말이 튀어나올 때가 있다.


  " 어? 맛있네?? 그동안 왜 못 먹었던 거지?? ㅎㅎ "












이전 11화 믿어주세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