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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nny Oct 12. 2023

태교 여행

태교 여행이라는 이름은 누가 붙인 걸까?

티브이 프로그램에 유명한 산부인과 교수님이 나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태교는 필요 없다'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분야.

태교라고 한다.

사람들에게 태교에 대한 조언을 많이 듣긴 했다.

이게 좋다더라 저게 좋다더라.

출퇴근을 하면서 집안일도 독차지하는 와중에 태교는 무슨.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원래의 내 패턴대로 생활을 했다.

내 취미들과 생활들이 사람들이 말하는 태교에 부합하는 부분이 많은 건 약간의 위로가 되었다.


레슨을 하면서 틈틈이 피아노를 치고, 음악을 계속 듣게 된다.

뜨개질과 바느질을 좋아해 이것저것 아기 용품들도 만들었다.

이 정도의 태교?


만삭에 가까워지면서 여행이 가고 싶어졌다. 우리가 좋아하는 캠핑은 한 번의 커다란 실패로 인해 꿈도 꾸지 못하게 되었고, 출산을 하게 되면 언제 또 떠날 수 있을지 모르는 일 아닌가.

마침 연휴가 있었고 한 달 반 전부터 남편과 여행을 가기로 계획을 하고 있었다.

항상 그러하듯 강아지와 셋이 함께 하는 여행.

남편과 항상 툭탁거리면서 서로 사이가 안 좋아지고 있는 시기.

(이렇게 말하니 우리 사이는 좋은 적이 없어 보이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나중에 출산 후에 남편이 꼴 보기 싫어지면 예쁜 추억으로 꺼내어 보고 싶었다. 우리가 연애하던 시절의 그곳.

시간이 많이 지나서 남아있는 곳이 거의 없었지만 좋은 기억들이 생각나는 곳.

그곳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계획만으로도 얼마나 설레던지.

이런 마음을 질투해 망조가 들었나 보다.


갑자기 남편회사가 바빠지기 시작했다.

저녁이 있는, 내 시간이 있는 삶을 살겠다고 다니는 회사인데, 출장이라니.

출장도 일주일씩 가곤 했다. 주말에 올라왔다가 다시 또 출장.

심지어 우리의 계획이 있는 주에는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도 회사 사람들이 양해해 주어서 계획에 맞게 갈 수 있었다.

그럼에도 약간 눈치가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또 다른 변수는 친구들.

아...

내 남편은 친구들을 아주 좋아한다.

물론 결혼한 뒤로는 거의 못 만나는 거 인정한다.

만나라고 해도 집이 서울에서 경기도로 왔으니 불편해한다.

친구들도 하나 둘 결혼을 해서 와이프 눈치를 보기도 하고 말이다.

아무튼 그 친구들이 큰 일을 해내셨다.

나도 물론 좋아하는 친구들이긴 하지만 출산 전에 마지막 여행을 같이 하고 싶지는 않았다.

우리끼리 맛있는 것도 먹고 여유를 부리기를 바랐다.

1박은 자기들과 함께 하자고 얘기를 해보라 했단다.

그것도 가족단위로 함께.

난 거절했지만 가고 싶다고 한다.

나의 남편이.

어쩔 수 없이 1박은 우리끼리, 1박은 함께 하기로 했다.

애가 있는 집 두 집과 임신한 우리, 아직 아기 없는 친구네 한 집.


연애할 때 생각나게 추억여행을 하자고 했는데 1박은 너무 짧은 거 아니냐고.

정말 부랴부랴 가고 싶었던 곳 빨리 다녀와서 친구들 있는 곳으로 갔다.

재미가 없던 건 아니지만 왠지 모를 서운함.

학원에서도 충분히 많이 보는 아이들을 출산 전 마지막 여행에서도 원 없이 보았다.

물론 임산부라고 다들 엄청 챙겨주고 고마웠다.

남편만이 눈치 없이 나 혼자 방에 두고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술 마시며 보드게임을 했다.

뭐가 잘못된 건지 전혀 모르는 쾌남.


앞으로 남편이 미워질 때마다 꺼내 보려고 떠난 여행에서 미움을 1 추가했다.

내 마음도 모르고 자기는 잘못한 게 없단다.

그래. 좋은 태교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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