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궁금해지는 것.
뱃속 아이의 성별.
이 부분만큼 카더라가 많은 부분도 없을 것이다.
당기는 음식으로 알 수 있다더라.
배 모양으로 알 수 있다더라.
그런데 사람마다 다른 견해와 사실들로 더 혼란스러웠다.
내가 많이 먹은 음식은 과일. 상큼하고 새콤달콤.
내가 못 먹은 음식은 고기. 그 좋아하던 삼겹살은 생각만 해도 울렁울렁.
이 정도 사실로는 딸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런데 아들 하나 낳은 엄마 친구는 나처럼 고기를 못 먹고 과일만 먹었다고 하시고, 딸 하나 낳은 작은엄마는 고기를 엄청 먹었다고 하시고.
그냥 병원에서 알려줄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누군가가 아들이 좋냐, 딸이 좋냐라고 물은다면.
난 아들 딸 쌍둥이를 낳고 싶었다.
자연 쌍둥이는 유전이라기에 친가 외가 따지며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또 한방에 둘이면 얼마나 좋겠냐는 천진한 생각을 했었다.
한 명이라면 아들도 딸도 다 좋다고 생각했다.
엄마한테는 딸이 좋다는 사람들이 많지만 내가 가르친 학생들 중에는 엄마랑 너무나 잘 지내는 아들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남편의 희망은 딸.
임신한 순간 남편의 소원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딸이었으면, 하나는 본인이 아닌 와이프인 날 닮았으면 하는 거였다.
웃기면서 귀여운 소원.
병원에서는 직접적으로 성별을 얘기해 줄 수 없다고 한다.
누구든 알아들을 수 있을 법한 힌트로 알려준다.
정밀초음파와 입체초음파를 하던 날.
성별이 너무나 궁금한 남편은 열심히 병원을 따라다녔다.
담당의 선생님 방이 아닌 초음파실에서 선생님이 손가락, 발가락을 열심히 설명해 주실 때였다.
굳이 따라 들어와서는 구석에서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손가락 발가락 따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나 보다.
휘릭 스쳐가는 순간에 갑자기 큰소리로 선생님께 물었다.
'선생님, 저거 고추 아니에요?'
으아..... 너무 창피해...
초음파 선생님은 담당 선생님께 물어보라고 하셨다.
담당선생님 방에서 진료시간.
선생님은 친절하게도 쉽게 말씀해 주셨다.
'아가가 엄마를 닮아서 다리가 이쁘네요. 엄마를 닮아서 다리 사이에 아무것도 없네요.'
이 얘기를 듣고 못 알아듣는 아빠들은 없기를 바란다.
나의 남편은 못 알아 들었다.
진료가 끝나고 나가보아도 된다고 했을 때.
선생님께 따지려고 했다.
'오늘 성별 알려준다는데 왜 안 알려 주세요?'
선생님께 죄송하다고 하고 얼른 진료실에서 데리고 나왔다.
혹시라도 우리 남편 같은 사람이 또 있을 수도 있으니 선생님들은 좀 더 쉽게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다.
딸이라는 소식을 여기저기 알리고 난 후.
모두가 딸이 좋다며 축하한다는 소릴 많이 들었다.
난 정말 아들도 딸도 좋다고 생각했다.
딸이었을 때와 아들이었을 때 모두 행복한 그림을 그려보았기에.
딸이 귀한 친정은 엄청나게 신이 나셨다.
시댁은.
어머님은 좋아하신 것 같은데 아버님은 좋긴 한데 아들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이래서 어려운가 보다.
별 뜻 없이 말씀하신 건데 마음에 담아두게 되니 말이다.
가끔 초음파에서 성별을 잘 못 알아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큰 이벤트 없이 우리에겐 공주가 찾아왔다.
남편의 두 번째 소원은 아직은 확인할 수 없다. 아기 얼굴은 12번도 더 바뀐다고 하지 않던가.
그런데 입체초음파의 그 얼굴.
어디서 많이 본 그 얼굴.
임신기간 밤에 자꾸만 깨어나서 화장실을 들락거릴 때 보았던 침대에 누워있던 그 얼굴.
초음파 속 그 얼굴은 내 옆에 누워있던 남편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