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편의 나

한강 '거울 저편의 나'를 읽고

by 김정민

거울의 저편,

어쩌면 지구의 저편

온기와 절망을 남기고

차가운 내가 서 있다.


밤낮도 계절도 뒤집힌

새로운 시공에 온전하기를

떠나온 감각의 포로가 되지 않기를.


먼 옛날 큰 바다를 건넜던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낯선 대륙에 닿았을까.


긴 항해 끝

연무를 뚫고

땅을 밟은 그들에게

귀향의 희망 따윈 없었겠지.


그 절박함으로

나를 잊고 싶다

절박함마저 내려놓고 싶다.


공상과학 소설 속,

바늘귀 모양 장치를 통과해 만난

신세계의 밤하늘,

낯선 별자리처럼


저편의 서늘한 미지(未知)가

나를 맞이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