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와
나무가 볼품이 없었다. 첨 봤을 때.
“살아는 있는 거야?”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니.
무슨 나무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한 해가 지나고 잔디를 깎다 발견했다. 나무 밑에 떨어진 배를.
그때서야 배나무라는 걸 알았다. 배가 달려는 있었지만 새와 다람쥐가 먹다가 떨어진 것 외엔 나무엔 배랄 것도 없었다. 그렇게 또 한 해가 가고…
올핸 배가 대단하다. 주렁주렁. 가지마다.
실로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그저 죽으면 베어 버리려 했는데. 가히 장중한 발전이 아닐 수가 없다.
장하다 장해.
이 나무는 그저 바라만 봤다.
그런데 스스로 힘을 내고 힘을 내어 뿌리를 조금씩 키워 급기야 튼실한 열매까지 내고야 말다니. 그저 대견하다.
그런 나무를 그저 또 바라만 봤다.
배들이 너무 높이에 있다.
사다리의 도움을 받아도 그곳에 손을 댈 수 없을 만큼.
나무 밑에 톳자리 깔고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그렇게 하염없이 바라만 보다 문득 생각이 났다. 언젠가 본 과일 따는 도구를.
그렇게 이 도구는 나의 손과 팔과 다리가 되어 배를 딸 수 있게 해 주었다.
만드는 방법이 넘 쉽다. 그것도 아주 많이.
페트병 긴 거 아무거나… 이런 모양으로 잘라준다.
윗쪽 홈은 반드시 만들어줘야 한다. 이곳에 가지를 걸어 잡아당기면( 이 홈을 이것보다 좀 더 넓게 자르면 더 쉽게 획득할 것 같다. )
이렇게 통 속에 쏘~ 옥하고 들어온다.
통 속에 과일을 담고 윗 홈을 이용해 탁 잡아당기면 톡 하고. 봉과 페트병을 잘 고정시켜 줘야 떨어지지 않고 잘 딸 수 있다.
따다 보면 감이 온다. 어떻게 하면 더 잘 따지는지는.
천장 페인트 할 때 썼던 길이가 늘어나는 봉을 사용했다. 길이를 조절할 수 있으니 더 유용하다.
이렇게 따고 있는데 산책하던 이웃이 신기해 보였는지 길 건너에서 구경 중이다.
“배를 따고 있는데 줄까?”라고 물어보니 고맙단다.
그래서 두 손 가득 담아 건넸다. 엄마와 아이 셋 그리고 멍멍이까지.
연신 “Thanks~ Thanks”를 하며 화답한다.
온몸에 땀이 흐른다. 팔도 아프고 목도 아프다 하지만 마음은 흐뭇하다.
그렇게 열심히 따서 가져와 씻고 잘라서 효소를 만드려 한다. 잘라둔 배를 설탕과 1:1 잘 섞어 100일 후 걸려 6개월 뒀다 설탕 대신 요리에 음료에 쓰려한다. 그리고 에이드로도…
잘 자란 배 덕에 호강은 내가 하네 그랴~~
실한 건 먹고 나머진 효소로 거듭나길 기다려야 하는데 한통에 들이붓고 나니 설탕이 똑 떨어졌다. 중요한 부분을 담당해야 하는데 …
하는 수 없다. 기다리는 수밖에. 쪼매만 기다려 조금 있다 채워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