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 또 하나
어렸다고 하고 싶다.
다른 이유는 없었으니.
나의 실수. 웃픈 실수이다. 이 기억은.
오늘은 중학교 졸업식이 있는 날이다.
그런데 참 이상했다. 이 날 아침은.
전날 늦게 잠자리에 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잠을 설친 것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 늦잠을 잔 것이다. 아침을 반드시 챙겨 먹는 나였지만 시간상 먹고 입고 닦고 나가면 지각을 한다. 그것도 졸업식에.
오늘이 졸업식임을 아는 가족들 조차 깨우며 늦었다고 할 법도 한데. 누구 하나 그런 이도 없고.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나를 그렇게 깊은 잠에 빠지게 했나?
무슨 이유인지, 뭐가 됐든 상관없다. 그냥 그렇게 부랴부랴 달려가는 수밖에. 학교가 그나마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늦지 않게 도착을 할 수 있었다.
많은 상장이 오가고 많은 박수와 함성이 있었던 운동장에서 행해진 졸업식이 끝나고 우린 교실로 이동을 했고 졸업장을 받고 몇 장의 상장도 받은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암튼 그렇게 모든 식을 마치고 우리는 몇 장의 교실에서의 컷을 뒤로하고 운동장에서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나왔는데 동생이 나를 보더니 한 마디 한다.
“오늘 늦게 일어나서 신발도 대충신고 달려온 거야? ”
‘늦게 일어나 열심히 달려는 온 건 맞지만 신발은 무슨 말이지? ’하고 신발을 보는 순간 그저 멍~~ 했던 것 같다. 무슨 말이 필요했을까. 그래… 그저 멍~~.
다른 운동화를 신고나 왔으면 이해라도 하지.
ㅋㅋㅋ 운동화 한 짝에 슬리퍼 한 짝.
이질감도 하나 없었는데. 뭐지???
누가 내가 잠깐 잠든 사이 신발을 바꿨으면 모를까 어떻게 이렇게 감쪽같이도 몰랐을까?. 그것도 운동장에서 식을 했고 걸어서 교실에 들어왔고 아침엔 늦어 달리기까지 했는데.
‘이 무슨 일???’
그 긴 시간을 걷고 걷고 또 걷고, 달리기까지 했건만 어찌 모를 수 있었을까?
참 미스터리하다.
그래서 그나마 생각나는 기억 속에 자리할 수 있었던 걸까?
참 모를 일이다. 모를 일. 그때도 지금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