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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 스카이 Aug 21. 2024

나 어릴 쩍에

손에 꼽히는 기억 중 하나

기억력과 관련이 있는 건가? 어릴 쩍 기억도?

무튼 어릴 쩍 기억이랄 것도 없다. 거의 손에 꼽히니.

그런 기억 중 하나.

나는 사형제 중 젤 길치이다.

놀이터에서 놀다 집으로 가려면 육교를 건너서 오른쪽- 이 기억도 확실치 않다. 어느 쪽인지- 으로 내려가야 집으로 가는데 나는 늘, 항시 왼쪽으로 내려가 집을 못 찾고 경찰서에서 가족들을 기다렸다.

무슨 이유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항상 반대로 내려가  집을 못 찾으니 항상 내가 향한 곳은 경찰서.

생각이 없었던 건지. 하고 싶지 않았던 건지…

아직도 그건 미스터리.

그렇게 세월이 지나서도 여전히 길을 헤맨다. 지하철을 타고 내리면 늘 올라가는 곳을 못 찾아 헤맸고,

네비는 나를 위해 만들어진 엄청난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EXIT를 패스하는 건 부지기수.

  한 번은 산부인과 갔다가 길을 잘 못 들어가 4 시간하고 더 헤매다 집에 간 적도 있다. 참…

근데 이게 참 신기하다. 그때 생각하면.

무려 4시간을 넘게 헤매고 헤맸는데 어떻게 집을 찾아갔는지. 그것도 걸어서도 아니고 운전을 하고.


그래서 내가 집순이가 된 건가? 어딜 나가면 헤매서.

그나마 동네 길는 잘 다닌다. 눈에도 익었고 길이 어렵지도 않고 멀지 않으니.

그러다 조금 떨어진 곳을 꼭 가야만 한다면 머리부터 아프다. 조금이라도 길이 복잡하거나 차량이 많으면 겁부터 난다. 더군다나 그곳이 새로운 곳이거나 모르는 동네면 더더더.  


그래서 길치는 겁이 많다.

그래서 길치는 소심하다.

아니 나… 나만 그럴 수도.

ㅋㅋㅋ 그래서 언니가 그러나 보다.

어딜 간다고 하면 불안해 말이 많아 지나보다.

어디서 내려서 건물이름 보고 올라가고 길은 어디서 건너야 하며 버스는 어느 쪽에서 타야 하고 내릴 때도 잘 보고 잘 듣고 내리고 밤엔 다니지 말고.

꼭 거기 앞에서 기다리고 어디 왔다 갔다 하지 말고.

어디 내놓기 불안한 아이 대하듯.

그런 언니가 고맙다.

그런 언니가 있어 좋다.

나를 아는 언니가 참 좋다.

언니야~~ 나도  모르겠어. 아직도 내가 길치인 이유를.


나는 동서남북이 힘들다.

나는 모르는 길도 힘들다.

그래서 말이 통하는 한국이 좋다.

그래서 나의 여행지는 항상 대한민국!

다음 여행엔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해보려 한다.

“경남에서 한 달 살기”  

언니야~~ 같이 해보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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