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왔는데도 아직도…
어릴 쩍에도 커서도 결혼하고 25년을 바라보는 지금도 이사를 하고 하고 하고 또 하고 … 지금도 준비 중.
이 정도면 이삿짐 싸고 정리하는데 달인이 될 듯도 한데 딱히 그렇지도 않다. 몸에 배여 이사가 편해질 때도 됐는데 할 때마다 힘들다. 너무 힘들어.
이 역사는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아니 그전부터였으리라.
국민학교 6학년 동안 무려 4번 아니 5번은 한 것 같다.
이사를 하면 새로운 학교, 친구, 동네에 적응하느라 힘이 많이 든다. 특히 나와 같은 트리플 A 에겐 더더욱.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에겐 대부분 어릴 때부터 쭈~ 욱 자란 아주 친한 친구…OO 친구가 나오는데 나는 그 부분이 젤로 부럽다. OO 친구는 친구가 아니라 나의 또 다른 나인 샘.
모든 것을 공유하고 마음을 나누며 친구 일에 맨발로 나서는 또 하나의 나.
이사도 힘들지만 이런 친구가 없다는 것도 힘들다.
이사를 무진장 다녔던 시절 결혼하면 이 일은 없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웬걸 이 먼 곳까지 그것도 결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혼 전과 후 이사 횟수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으니 뭔 일 이 대. 뭔 일.
그렇게 이사는 내 생애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지금 지금도 이사를 해야 한다. 그런데 예전에 때완 사뭇 다르다. 너무 이 이사가 하고 싶다 가고 싶다고. 그런데 집을 내놓은 지 한 달이 넘어가는데도 보러 오는 이가 없다. 이 대목에서 무지 고민스럽다 심란하다. 가야 하는데 가지 못하고 있는 이 상태가. 짐을 싸야 하는데 맘이 동하지도 않는다. 뭔가 진척이 있어야 신나서 짐도 잘 쌀텐데.
아침부터 이런 글을 쓰고 있으니 몸과 맘도 축~~ 쳐진다.
아침 햇살이 좋다. 어제 잠깐 내린 비로 마당도 초록초록하다. 창문을 여니 공기마저 *썬하니 몸도 덩달아 썬하다.
*시원하다-경상남도 사투리라고 한다. 찾아보니.
(션하다는 말을 많이 썼는데 오늘은 이렇게 써본다.)
오후에 또 한 번의 비소식이 있다. 셋째는 친구랑 달리기를 하러 공원에 간다고 했는데 일어나면 말해줘야겠다. 오후에 소나기 온다고. 그래도 간다 할지 모르겠다. 지금 마음으론 나도 그 비에 흠뻑 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