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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 스카이 Aug 07. 2024

두 손 두 발도 모자라 꼬리까지 내리다.

버럭하고 나왔다가…

  내편을 들어야지 자기가 내 남편이지 그 사람 남편이야?

버럭의 시작은 늘 이렇게 시작했다. 그것도 매번.

 남편은 꼭 내가 딴 사람의 잘못을 말하며 화를 낼 때 그 사람의 편을 든다.

자기가 심판이야?

왜 매번 네가 잘못했다 하는 건데?

왜 매번 잘잘못을 가리는 건데?

왜 매번 그 사람 손을 들어주냐고. 왜? 왜? 왜?.

 그렇게 버럭 화를 내곤 3살, 1살 애들을 남편과 함께 집에 남겨두고 집을 나왔다.  

근데 갈 곳이 없다.

버럭하고 나왔으면 한나절은 있다가 들어가야 하는데 갈 곳이 없다.

그래도 그냥은 들어가고 싶지 않다.

그 알량한 자존심이 뭔지.

 어디를 가야 한나절을  보낼 수 있을지를 고심하던 끝에 떠오른 곳은 미용실이었다.

“그래! 이곳에서 반나절 보내고 저녁을 먹고 들어가면 되겠다. ”라는 생각으로 미용실을 찾아갔다.

그리곤 반나절을 보내기 위한 파마를 하고 저녁을 먹고 나니 한나절이 얼추 지나갔다.

“이제는 들어가야지.”하고 들어갔는데 집 안 공기가 이상하다. 아주 많이.

내가 버럭하고 나갈 때 그렸던 그림은

두 아이가 서럽게 울며 엄마를 찾고 남편은 어디를 갔었냐면서 당신이 없어 힘들었어. “왜? 이제 온 거야?  ”였는데…

  집 안 공기가 평온해도 너무 평온하다. 두 아이가 울며 엄마를 찾기는커녕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고, 남편은 “이제 왔어? 애들 저녁먹이고 씻고 재웠으니 당신도 씻고 자.”

그러는 게 아닌가…

띵~~~ 뭔가가 내 머리를 쳤다.

아~~ 이게 아닌데…

 두 아이 다 맡겨두고 한나절이나 지나서 들어와 버럭 했던 마음은 이미 미안한 마음으로 바뀐 지 오래였지만 내가 그린 그림은 이게 아닌데…

나갈 땐 호기로웠다. 하지만 들어갔을 땐 두 손 두 발에 꼬리까지 내리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정말로 몰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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