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길 기다리며.
그렇게 목 빠지게 기다렸다. 누구라도 나오길.
그렇게 침을 흘리며 기다렸다. 누구라도 봐주길.
그렇게 넋을 놓고 기다렸다. 누구라도 말 걸어주길.
오늘 산책은 그랬다. 아쉬움만 가득 찬.
그렇게 많이 다녔던 길인데 인제 서야 보다니.
내 눈길은 나무가 아니라 하늘에 있었나 보다.
아니 오늘 내 눈길은 땅이었다.
그렇게 땅만 보고 걷다 눈에 들어온 밤송이.
울 동네에? 밤송이가?
넓지도 않은 동네인데 첨 보다니.
땅에 떨어진 밤송이를 못 봤으면 아마 끝까지 모를 수도 있었을 터.
그렇게 밤송이를 보고 고개를 드니 나무가 어마무시하게 크다. 그렇게 큰 나무엔 밤송이가 탐스럽게 달려있다.
얼마나 탐스럽던지 한참을 그렇게 쳐다봤다.
얼마나 많이 달렸는지 셀 수도 없다.
그렇게 나는 한참을 서 있었다.
누구라도 나오길 고대하고 기대하며.
눈엔 불을 켰으며 입안엔 침을 가득 채우곤 그렇게 한참 동안 기다렸다.
ㅋㅋㅋ 누구라도 안 나온 게 다행이다. 이 모습은 흡사 피를 본 흡혈귀였을 터.
근데 비슷했을 터이다. 그는 피를 나는 밤을 봤으니.
하지만 아쉽게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치만 그 모습이 너무나도 생생하다. 아쉽다 그것도 무척이나.
이곳에선 밤을 먹지 않는 이들이 많다.
왜 이들은 이 맛난 밤을 먹지 않는 걸까? 알다가도 모르겠다. 먹는 사람도 있다고는 하던데 필시 이 집주인은 안 먹는 게 분명하다. 나무에 너무나도 탐스런 밤송이가 주렁주렁하고 땅에도 많이 떨어진 걸 보면 필시 그럴 것이다.
근데 가만히 드려다 보니 먹을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다.
그 모양을 봐라. 흡사 외계생명체스럽지 않은가?
뽀족뽀족한게 온몸을 두르고 있고 설상 그걸 열었다 손치더라도 단단한 껍질로 감싸져 있으니 누가 그걸 먹는다 생각하겠는가. 먹을 수 있다고 이야기 들었어도 쉽게 손이 안 하는 비주얼이긴 하다.
이미 주신 선물… 인 은혜도 흡사 그러하다.
선물을 주셨지만 받은 이가 선물이라 생각지 않으면 선물이 아니니.
그 말씀을 드려다 보고 묵상하고 들어보라.
그럼 보일 것이다. 그럼 찾을 것이다. 그럼 열릴 것이다
모르는 이에겐 그저 치워야 하는 쓰레기이지만 아는 이에겐 큰 기쁨임을.
누리는 자 만이 그 맛을 알 수 있다.
온전히 누리고 맛보고 경험하길 기도합니다.
낼부터 내게 목표가 생겼다.
하루의 한번 그 집 앞 지나가기.
누구라도 나오길 기대하고 고대하며.
이렇게 오늘 하루도 가슴 벅찬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다음엔 반드시 두 손 가득 밤송이를 들고 오고야 말리다.
p.s 두 손 가득은 고사하고 냄새도 못 맡고 이사를 가야 할 듯… 그 집 앞은 여전히 눈으로만 감상하던 밤들이 사방에 굴러 다니고 있다. 지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