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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 스카이 Nov 11. 2024

이사하다.

사… 할 뻔하다.

길고 길었던 이사 계획…

드디어 끝이 보인다.

살 사람이 나타나니 차근차근 이사 준비는 시작되었다. 버리지 못한 것들을 나는 이 이사를 핑계로 비로소 정리한다. 나이가 느니 집착과 소유 또한 는다. 그건 좋지 않은 습관. 머리론 알겠는데 정리하는 게 난 힘들더라고. 하지만 이사를 하면 이 또한 쉽게 할 수 있어 이사 어렵고 힘든 여정이지만 이 점은 좋다. 아니 나에겐 더할 나위 없다.

버리는 것도 잊는 것도 정리하는 것도 힘들다. 아니 내겐 너무 어렵다. 뭔 사연이 그리도 많은지. 정리하는 시간보다 추억하는 시간이 더 길다. 이래서 끝을 볼 수 있을라나.


버림을 잘해야 이사 가서도 편하고 갈 때도 편한데.

버림은

첫째. 쓰지 않고 넣어둔 물건부터 시작하자.

일 년을 찾지 않고 넣어둔 물건이라면 필시 필요 없다는 거니.

둘째. 첨엔 필요해서 샀는데 쓰임이 없어 모셔둔 물건.

하지만 버리기 어려운 물품 중 하나.  쓸려고 샀지만 딱히 쓸 일 없어 거의 새것에 가까우니 언젠가 쓰겠지 하며 그냥 자리만 차지하는 거. 정말 미련두지 말고 이참에 딱 정리하자.

세 번째 젤루 힘든 품목인 추억 가득 물품.

이사 때마다 같이 움직인다. 이사 때마다 넣어둔 상자에 고대로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사 때마다 정리하려고 보면 추억이 새록새록. 정리하다 말고 시간을 옴팡지게 까먹는 물품 중 단연 일등.

그러니 반드시 정리하자. 이참에. 이참을 핑계로.

그래도 그냥 버리기 힘들면 사진을 찍어 한 번씩 보고 싶을 때 꺼내서 보자. 그럼 정리가 훨씬 수월타.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버리기 힘든 물품은

고가품 그리고 이쁜 한정판.

젤로 어렵다. 왜? 이걸 정리하면 다시는 가질 수 없으니 말이다.

이런 건 정말로 정리가 힘들다.

하지만 이사하는 날. 마지막으로 정리하는 쪽으로 두었으나 다시 한번 보고 정말 정리가 어렵다면 어쩌겠는가 그냥 다시 살아야지. 버리고 속상해하는 것보단 낫지 않은가?. 판단은 본인 몫.


자… 이렇게 정리할 물건이 정해졌으면 가차 없이 뒤 돌아보지 말고 기부할 거와 버릴 거, 아는 사람에게 줄 거, 팔 거 이렇게 나눠서 행동을 개시하자. 가지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이 모든 것도 힘들어지니.

물건들은 잊기 쉽다. 내 눈과 손에서 멀어지면 그 순간 사라진다.


그리고 정리가 끝났다면 가져가야 하는 건 차곡차곡.

생각보다 쉽지 않은가? 이사라는 거.

증말 나도 이렇게 생각했다.

증말로 나도 이렇게 정리하고 차곡차곡 쌓고는 이사 당일이 되었다.

이사 트럭을 빌려 물건을 넣었다.

여기도 포장이사 있다.

견적을 받으니 그 돈이면 우리가 걍 하지라는 생각을 하며 호기롭게 시작했지.

그런데 말이다. 증말로 이사하다 사할 뻔… 했다.

일 년 이년 삼 년 전만 해도 이렇지 않았는데… 한 해 한 해 몸 상태가 다르다. 세월을 이길 장사가 없다 하더만 실로 실감이 된다. 두어 시간 진짜 세 시간이면 족히 청소까지 끝마치고 출발할 쭐 알았다. 하지만 웬걸 물건은 어디서 그렇게 나오고 또 나오고 또 나오는지. 마술인 줄.

그렇게 짐을 나르고 나르고 또 나르고 마침내 청소 후 문을 잠그고 나오니 시간은 다섯 시간을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아침에 샌드위치 반조각 먹고 계속 물만 마시고 일만 했는데… 오마나.

아직 이사 갈 집을 못 찾아 그 짐은 다시 창고로 가야 한다.  창고는 이사 갈 동네 근처니 여기서 3시간을 가야 한다. 근데 시간은 퇴근시간이다. 교통지옥을 헤치고 가야 한다 근데 그게 다가 아니다. 그 짐을 창고에 다시 넣어야 한다. 배는 고프지만 서둘러 출발했다. 남편은 짐 실은 큰 트럭을, 나는 짐 실은 우리 차를 따로 타고 창고로… 역시 퇴근길 차량이 만만치 않다. 가는 길마다 길이 빨간색이다.  짐을 잔뜩 실어 빨리 갈 수도 없다. 이리저리 조심조심 운전을 하고 드디어 창고에 도착…

남편이 쫌 더 늦게 도착해서 기다렸다 창고에 짐을 내리고 트럭까지 반납하니 해는 이미 넘어가 어둑어둑하다. 그리고 가야 할 길은 멀다. 그래서 하룻밤은 이곳에서 자고 내일 다시 출발하자며 내일을 기약했다.

두어 시간이면 족히 끝나리라 했건만 길어진 시간만큼 체력도 기력도 떨어져 진짜로 힘없는 하루를 보내고 이제야 먹을 것이 들어오는데 배가 너무 아프다. 배는 너무 고파 입은 밥을 달라 아우성인데 배가 배가 너무… 체력이 되어한 게 아니었다. 정신력으로 버텼으리라. 이 모든 것을. 그리고 긴장이 풀어지니 그때서야 몸이 말을 하는 거지. 너무 힘들었다고. 너무 힘에 부쳤다고.

배는 너무 아픈데 배가 너무 고프다.

약도 먹고 밥도 먹고…

그렇게 긴긴 하루는 가고 있었다.

내일은 다시 해가 뜨겠지. 그럼 몸은 다시 원상복구 되것지. 아니 반드시 돼야 한다. 다시 길을 가야 하니.


이사… 증말 힘들다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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