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뭐가?
길었던 4년의 기숙사 생활을 마치고 막둥인 집으로 왔다. 점심을 훌쩍 넘기고 냉파( 남은 냉장고 음식 파먹기) 후 집에 온다던 막둥인 “언제 출발해?” 라며 전화한 나를 무색게 한다. 집 앞이라며 문을 열라고 하며…
화들짝 놀란 나는 전화를 끊을 사이도 없이 우다다닥 내려가서 문을 여니 차가 떡하니 서있다.
“ 언제 출발한 거야? 아침시간에 차도 많이 막혔을 텐데”라고 물은 내 물음에 아무렇지도 않게 “일찍”이라 답하며 피곤에 잔뜩 쩔은 모습으로 차에서 내리며
“ 짐은? 지금? 내려?”라고 묻길래 “뭐가 급해 그냥 들어와 너만” 하고 들어가선 그제야 ” 집에 왔네 “ 라며 웃음을 보인다.
피아노 수업 도중 떨어뜨린 폰이 거의 세상과 작별을 고하고 있어 새 폰이 절실했단다 그 절실함이 피곤을 잠시 뒤로 두고 먼 거리를 한 번에 달려온 원동력이 됐을터.
마침 첫째가 집에 있어 같이 도착한 폰가게.
고른 폰이 없어 주문을 하고 마침 내폰은 있다며 나만 새 폰을 가졌다. 얼마 전 방문한 고국에서 맘에 드는 케이스를 두어 개나 구입을 했었던 터라 나는 딱히 바꾸고 싶지 않았는데… 이걸 두고 어부지리라고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새 폰을 가졌다 필요한 막둥이가 아닌 내가 쩝 쩝 쩝.
병원예약이 있던 첫째는 우리를 집에 내려주고 다시 첵업을 하러 갔고 밤을 새고 짐을 싸고 싣고 새벽을 달린 막둥인 졸리다며 마루에 드러눕길래 침대를 권하니 언능 올라간다. 햇살을 잠재우려 블라인드를 내리고 문을 닫고 나온 시간이 12:30.
나는 새 폰을 정리하며 점심을 먹고 있는데 첵업을 마친 첫째가 들어온다. 시간이 없어 안과는 다음으로 미뤘다는 말과 함께.
배고프다며 비빔면과 납작 만두를 먹는다기에 냄비 두 개를 올려 비빔면 그리고 계란을 삶고 있는 동안 첫짼 오이를 썰고 만두를 굽는다.
그렇게 시간은 또 지나고…
동네 한 바퀴 돈다는 첫째가 나간 후 나는 다시 폰을 정리했다 새 폰을 가지니 할 일도 많다.
계속 시간은 흐른다 밤이다 잠을 자야겠다.
누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막둥이일터. 그러더니 다시 잠잠 다시 자나보다 그렇게 나도 잠이 들고 아침이다. 언제부터 왔는지 비가 내리고 있다 제법 내리나 보다 소리가 큰 걸 보니.
출근을 하는 첫째의 도시락을 준비하며 막둥이와 나의 아침을 준비한다.
첫째는 출근을 하고 “배고프지 않아? 먹고 자?” 하니 말이 없다. 그렇게 나만 아침을 먹는데 시간을 보니
8:30…
화장실 한번 가고는 내리 20시간을 자고 또 잔다.
내려가 문을 열고 얼굴을 내려다보니 일어날 기색이 없다.
나는 배가 고팠는데
너는 잠이 고팠나 보구나.
주어진 일을 다하려 너는 잠을 참고 참았나 보구나
그렇게 공부를 하고
그렇게 시험을 치고
그렇게 졸업을 했구나
얼마나 참고 참았는지
자고 또 자고 또 자고…
마침 비까지 내리니 밖도 방도 집도 어둡다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나도 내 일을 하며 기다린다.
막둥인 고팠던 잠을 다 자고 나면 일어나겠지
그럴 것이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다시 뜰터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