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라버렸다.
몽조리…
아침부터 제목이 늠 쎄다고?
무슨 그런 말씀을.
남편의 새끼들을 보다 보다
결심한 것뿐인데.
잘 자랐다 아주 잘
그런데 날이 갈수록
시들시들
(뭐지? 이건?)
그래 시들시들
뭘 상상하셨는지 ^^
출근길에
퇴근길에
오며 가며 물을 줬지
사랑이었다
무더위에 목마르지 말라며
무더위에 타 죽지 말라며
햇빛이 넘 쎈가?
양분이 모자란가?
그래 그랬지
그렇게 오며 가며
때론 무거운 몸을 이끌고라도
그렇게 나가 물도 주고
흙도 채우고
센 햇빛을 피해 가며
그렇게 애지중지.
그리 키웠는데
날이 갈수록 시들시들
나는 결심했지
몽땅 잘라버리기로.
굳은 결심을 하고
자르지 말고 더 길러 씨를 받고 싶다는 남편 말을
뒤로한 채 남편의 출근 후
그래 딱 이 시간이 거사를 치르기 안성맞춤
마음을 굳힌 나는
가위를 챙겨서 앞마당으로 향했다.
싹둑싹둑
오~~ 이 희열 뭐지?
시든 것들을 정리하고 통에 담으니 한가득이다.
그래 잘했어 더 시들기 전에.
텃밭이 있으면 좋다.
마땅한 찬거리가 없을 때 아주 요긴하다.
준비도 필요 없다.
그냥 가위를 들고 아님 그냥 맨 손으로
나가면 되니~~
신난다
이걸로 나는 오늘 뭘 만들지
아님 그냥 통통 썰어 냉동고에 둘지도.
씻으니 파릇파릇 더 이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