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한동안 떠다녔던 질문 하나에 내 기가 꺾일 줄이야.
정말 몰랐다 정말이지.
이 질문에 많은 이들의 답변을 들으며
그저 콧웃음 쳤는데.
그저 그렇게.
운명의 장난도 아니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만 갔던 내 콧대가 이렇게 무너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난 정말로 자신 있었는데
난 정말로 누구보다도 그 답을 알고 있다 생각했는데.
이 믿음이 한방에 와르르르 무너질 줄은
정말로 참말로 몰랐다.
그 문제의 질문은
“어느 날 배우자가 바퀴벌레로 변하면 어떻게 하겠는가?”이다.
눈을 반짝거리며
호기롭게 물어봤지
아무 의심도 없이
답을 아는 학생마냥 그렇게
당당하게 말이지.
그런데
그런데…
그 누구도 하지 않은 답을 내가 들은 줄은
정말로 꿈에도 몰랐다
진짜로.
남편은 고민도 없이
이내
단박에
내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그럼 바로 밟아야지 “ 한다.
그 답이 어찌나 서운하던지
다시 물었지.
“왜? “
서운함과 힘 빠짐과 투정과 삐죽거림을 함께 담아
물었지만 다시 돌아온 답은 똑같다.
“왜긴 바퀴벌레라면서 그럼 밟는 게 맞잖아”
“아니 아니 그냥 바퀴벌레가 아니라 내가 변한 거라고
내가 “
그래도 여전히 자기주장을 꺾지 않고 같은 대답을 하는 남편이 정말 남 편 같았다.
“그럼 내가 키워야지”라는 말을 듣고 싶었는데
“바퀴벌레라도 내 아내잖아”라는 말을 할 줄 알았는데
아니 들을 거라 백퍼 확신했는데.
‘아~~ 그래서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히면
더 아프고
더 쓰라리고
더 오래가는 거구나 ‘
답을 정해 놓고 물어본 내가 잘못한 거야?
뚱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었는데
이렇게 쓰고 나니 마음이 조금은 풀린다.
그래도 여전히 자기의 뜻을 굽힐 마음이 없는 남편이 야속하다 야속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