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당신 오고 가는 것조차 힘든 나라여서 남편과 나는 얼굴은 사진으로, 목소린 전화로 우린 그렇게 만났다. 전화로 들리는 남편 목소린 참 좋다. 지금도 그러니 그땐 얼마나 좋았으랴. 근데 난 전혀 아니다. 업무상 전화로 얘기하다 만나면 열이면 열 모두 되묻는다. 얼굴하고 목소리가 하나도 매칭되지 않는다며. 사실 나도 내 목소리 별루거든. 남편은 첫눈에도 들어오지 않았던 나랑 왜 결혼한 건지. 이 또한 그분의 계획의 한 부분이었을까?
비중이 결혼이 아니라 여행에 있었기에 쉽게 결정했으리라. “맘에 안 들어도 버킷리스트 하나는 이룰 수 있으니”라는 단순한 생각.
우린 그렇게 만난 지 41일 만에 결혼을 했다.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양가 부모님 참석이 어려워 남편이 다니던 교회 교인들의 축복 아래 우리는 결혼을 했다. 결혼식이 담긴 비디오테이프와 사진을 양가에 보내드렸다. 부모님도 언니도 동생들도 많이 울었단다. 그리고 언니도 그다음 해 결혼식을 올렸다.
신혼집인 버지니아 주엔 내가 , 남편은 일 때문에 미네소타 주에. 비행기론 6시간, 차론 24시간 정도 떨어진 곳. 그렇게 우린 한 달에 한번? 만나며 신혼을 그렇게 보냈다.
그땐 몰랐다. 내가 결혼할 줄도, 미국땅에서 살 줄도 무엇보다 생각지도 못한 건 떨어져서 신혼을 시작한 일. 진짜 진짜 몰랐다 그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