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시작했다. 신혼을. 남편과 나는.
울 옆집에 남편친구가정이 살았다. 결혼한 지 5년이 지나도 아이 소식이 없어 한의원을 다닌다고 하시면서 같이 가자고 하신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갔는데 진맥을 하시더니 나는 아이가 생기기 어렵다고 보약을 먹어 몸 따뜻하게 해야 한단다. 그것도 6개월을 꾸준히. 그래서 약을 주문하고 집에 왔다. 처음이라 몰랐다. 몸에서 보내는 신호를. 이미 내 몸속에 자리 잡은 첫 생명을. 6개월은 무슨…
예정일 2주를 앞두고 있던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니 무언가가 흘러나왔다. -결혼식에 참석 못하신 부모님께서 한국에서 오셨다. 첫아이 예정일 한 달 전에. - 엄마가 양수가 터진 것 같다 하신다. 언능 병원에 가야 한단다. 옆집에 사는 남편친구에게 부탁해 함께 병원에 갔다. 친구에게 연락받은 남편은 비행기를 타고 왔지만 자기가 날아온 거나 다름없단다. 남편은 그렇게 눈썹을 휘날리며 도착했다. 감사하게도 아기보다 먼저.
첫째라 힘들단다. 첫째라 진통시간이 길단다. 첫째라 나오는 것도 더디단다. 이 모든 것을 다 하곤 한나절 만에 아기 울음소리를 들었다. 첫째가 딸이라 너무 좋단다. 나도 좋다 너무.
그땐 몰랐다. 이국땅에서 부모님 없이 결혼할 줄도 , 출산을 할 줄도, 그리고 병원을 남편친구와 함께 갈 줄도. 정말이지 생각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