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한 살 위 언니가 있다. 한 살 차이지만 완전 베프였던 언니와 나는 “우리 결혼하지 말고 같이 살자.” 며 같이 독립한 후의 미래를 그렸다. 욕심 많은 나와는 달리 착한 언니와 같이 사는 건 나에겐 로또이기에 남편을 찾는 대신에 자매의 사이를 돈독하게 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런데 그런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엄마, 회사 동료, 상사, 친척, 동네사람까지 우리를 가만 두질 않았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2,3건의 선이 잡혀 있었고 언니와 나는 늘 그런 주말로 바빴다. 그렇게 많은 이들과의 만남에도 불구하고 찾지 못한 건 결혼할 마음이 없던 것도 있었지만 후광을 못 본 탓이리라. 제 짝을 만나면 보인다는 그 후광.
그러다 미국으로 이민 가신 이모에게 전화가 왔다.
괜찮은 사람 있으니 와보라고. 맘이 확 끌렸다. 미국여행을 그리던 나였지만 그게 쉬운가. 지금은 무비자로 쉽게 갈 수 있지만 그땐 아니었다. 그저 그곳은 생각 속 여행지.
하지만 지금 나는 그렇게 생각 속에 그리던 여행지에 살고 있다.
첫눈에 반했냐고? 무슨. 남편에게 물어보니 자기도 아니었단다.
근데 어쩌다?
이 모든 것이 그분의 계획이었을까? 그렇게 우리는 25주년을 향해 살아가고 있다.
여담 더 하기-이모가 언니와 내 사진을 보여 주셨단다. 근데 나를 찍었다고 해서 이유를 물어보니 사진 속 언닌 안경을 쓰고 있어 그랬단다. 남편도 안경을 쓰고 있었던 터라. 사실 나는 컨택렌즈를 끼고 있었는데…
인연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