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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이 있는 그림책 이야기
나의 작은 아빠의 이야기
기억은 잃어도 미소는 잃지 마세요
by
박하
Aug 1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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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장 줄리앙 전시회를 다녀왔다.
혼자 두 시간 정도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정말 대단한 작가라는 걸 느꼈다. 시각 예술가로 다양한 분야의 예술활동을 하는 그를 보면서 그냥 행복해 보였다.
애정이 느껴졌고 사랑이 느껴졌다.
그의 그림들을 보면서 말할 수 없는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정말 즐기면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전시장을 다 둘러보고 굿즈샾으로 갔다.
장 줄리앙의 그림이 그려진 다양한 에코백 티셔츠 모자 등등 수많은 굿즈들이 있었고 갖고 싶었지만 그림책 하나를 집어 들었다.
따스한 책이라 소장하고 싶어서였다.
집에 와서 둘째랑
한 페이지씩 읽어보았다.
치매 즉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빠의 이야기였다.
내가 20대 초 중반에 할머니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으셨다. 그 당시는 그렇게 심하지 않으셨지만 넘어져 팔을 다치신 이후 할머니의 치매 증상은 더욱더 심해졌다.
남동생은 군대에 가 있었고 엄마 아빠 여동생 나 전부다 일을 하러
다닐 때라 할머니를 챙기는 게 쉽지가 않았다. 집을 나가면 길을 잃고 헤매고 경찰서 가서 찾아오는 것도 여러 번이었던 때라 나갈 때는 대문을 밖에서 잠그고 나가야 했다.
그나마 내가 집 근처 직장을 다녀
퇴근 후에 할머니를 보살폈다. 저녁도 챙겨드리고 할머니를 집중 케어 했다.
할머니의 치매 증상은 정말 상상 그 이상으로 버라이어티 했다.
책 속 저자가 표현했던 것처럼 할머니는 점점 어린아이가 되었고 낮밤도 구별할 수 없게 되었다.
힘은 왜 그리 장사인지 하루에도
몇 번씩 이불 보따리를 싸고 짊어지고 나가려고 했다.
어떤 날은 화를 내기도 하고 갑자기 벌컥 방문을 열어 아가씨들은 누구냐고 묻는 둥
깜짝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나마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던 내 말은 곧잘 들었던 것 같다.
책 속 아빠는 작아지긴 하지만 신기하게도 미소를 짓고 있다. 언제나
하지만 할머니는 미소가 없는 무표정이었다.
표정도 잃어가고 있었다.
장남이신 아빠를 알아보지 못하셨고 며느리도 손자 손녀도 잊어갔다.
그렇게 기억도 잃고 몸의 힘도 잃고 누워버리더니 그 뒤로 일어나지 못하셨다.
그렇게 누워만 계시다 하늘나라로 먼 여행을 떠나셨다.
요즘은 나의 아빠가 작아지고 있다.
아프신 이후 힘도 없고 웃음도 잃고 점점 작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책을 읽는 내내 할머니와 아빠가
생각났다.
힘들게 살아온 시간 이제 편하게 살려고 하니 찾아오는 병. 그 병 때문에 삶의 의욕을 잃어가는 아빠의 모습이 아른거려 마음이 아팠다.
어쩌면 먼 미래의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우리도 작아지는 날이 온다는 것을...
기억은 지워지고 몸이 약해져도 미소만은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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