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출판사 대표님과 도장을 찍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선사고 후수습




이것은 내 인생의 패턴이다.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준비를 아주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머릿속에 영감이 70퍼센트 정도 떠 오르면 이미 사고를 치고 있다.

생각해보면 그 뒷수습을 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같이 희끗희끗 늙어가는 남편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다르다.

전적으로 내가 감당해야 하는 일이다.


세상을 향해 간절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는 속으로 차고 넘쳐서 어딘가에 풀어야만 했다.

더는 담아둘 수가 없는 만삭의 여인네처럼 어딘가에서 풀어야 한다.


아이 둘을 낳았으니 해산의 고통을 너무나 잘 안다.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낳아야 한다.

속에서 점점 커져가는 아이를 영원히 품고 있을 수만은 없다.




몸 풀 곳을 정했다.






이제 몸 풀 곳을 정했으니 아이를 낳는 일만 남았다.

하루가 지났다. 기쁨은 잠깐이고 아차 싶은 생각이 밀려온다.


온몸에 퍼지는 긴장감에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뒷수습을 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어쩌자고 도장을 찍었단 말인가?

마감이 정해졌고 미친 듯이 써도 모자랄 판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서성이고 있다.





블록버스터 영화들 사이에 독립영화 한 편?





거기에 내 출산 예정일인 겨울에 블록버스터급의 아이들이 태어날 예정이라는 얘기도 들었다.

방학 대목을 노린 극장가에 올려질 블록버스터들 사이에 조그마한 독립영화 한 편이 올라갈 예정이란 말인가??

생각할수록 숨이 안 쉬어진다. 헉헉

아무 데나 도장을 찍고 사인하고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하지만







이미 엎어진 물이다.

방법은 딱 하나, 정면돌파

무조건 써야 한다.

오늘도 써야 하고

내일도 써야 한다.

닥치고 쓸 일이다.


대표님, 열심히 진심으로 쓰겠습니다.



이전 10화 야전에서 더욱 빛나는 주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