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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한 번은 나를 만나야 한다

원래 다 그런 거야


  어쩌면 별일도 아닌 것을 10 꼭지씩이나 구구절절 썼다.

유난히 엄살이 심한 나의 과장일 수도 있다.

누구나 종류는 다를 뿐 그 정도의 트라우마는 있을 거다.


비에 흠뻑 젖은 옷은 눅눅하고 답답하다.

젖은 옷처럼 마음도 우울해진다.

어서 이 젖은 옷을 벗어던지고 보송보송 마른 옷을 입고 싶어 진다.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 앞에 앉아 뜨거운 차를 마시며 옷을 말리고 싶었다.

옷이 말라가면서 마음의 물기도 걷혀서 가벼워지고 싶었다.









한 번은 마주해야 할 내 안의 어린애



  누구나 시작은 어린애였다.

우리는 모두 엄마의 자궁을 힘겹게 빠져나왔다.

몸이 자라는 것에 맞게 마음도 쑥쑥 자라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하다.

어른이 돼도 마음속에 우는 아이 한 명을 갖고 있다.

그 우는 아이는 내가 대면하지 않으면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평생을 울며 나를 쫓아다닌다.


영화 그래비티에서 산드라 블록은

지구에서 끔찍한 일을 겪었다.

하나뿐인 딸이 학교에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죽고 말았다.


산드라블록은 그런 지구에서 살 수가 없었다.

산드라 블록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침묵만이 존재하는 고요의 우주로 도망쳤다.

그녀는 한동안 우주에서 안전하게 살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우주정거장에서 재난을 만난다.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우주정거장의 잔해들.


원래 불행은 그렇게 어느 날 갑자기 무차별로 쏟아지는 거다.


혼자 살아남은 산드라블록은 그렇게 무서워서 도망쳤던 지구로 다시 돌아간다.

그래비티의 힘을 끊고 우주로 도망쳤던 그녀는 안전한 우주선 안에서의 탯줄을 끊고

다시 그래비티가 있는 곳 지구로 돌아온다.

바다에 불시착한 그녀는 헤엄쳐서 바다를 빠져나와 두 다리로 우뚝 서서 모래사장을 걸어 나간다.


다시 지구, 

끔찍한 사고를 당해서 딸을 잃은 이곳,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이곳 지구,

산드라블록은 다시 삶 속으로 들어왔다.

자신의 상처와 정면으로 마주한 채, 더 이상 도망치지 않고 다시 삶 속으로 들어왔다.









   내면에 울고 있는 어린애와 마주하든 깊은 상처와 마주하든 우리는 한 번은 나 자신과 마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괴물이 된다.


괴물이 나를 잡고 흔들기 전에 얌전한 사자로 길들여야 한다.

그제서야 비로소 평생을 피상적으로 살거나 우울했던 삶이 끝이 난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어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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