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 극인 서울 사람과 제주 사람에 대하여
우리나라에서 지리적으로 가장 먼 곳이 어디일까? 여러 곳이 있겠지만 난 대표적인 곳이 서울과 제주라고 생각한다. 물론 서울과 제주에 공항이 있어 오고가는 것이 어렵지는 않지만 물리적인 거리로만 따지면 둘은 분명히 먼 곳이다. 서울과 제주는 거리만 먼 것이 아니다. 서울에 10년, 제주에 7년을 살아본 입장에서 서울 사람과 제주 사람은 완전 반대이다. 서울과 제주, 그 사이 대전에서 태어난 사람으로서 객관적으로 바라본 생각과 느낌이다.
올해 서울에서 다시 근무하게 되면서 나는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7년 동안 제주에 살며 어느새 나도 제주 사람이 다 되어서 그런지 서울 사람들이 낯설다. 7년 전까지만 해도 그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살았는데 말이다. 다시 돌아와서 본 서울 사람들은 알려진대로 참 깍쟁이다. 타인에게 나긋나긋하고 친절하고 매너있지만 항상 선이 그어져 있는... 개인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으며 퇴근과 동시에 사생활을 분명히 하는..... 그래서인지 서울 사람들은 친절하고 좋은 사람들이지만 깊숙하게 친해지는 것이 힘들다. 직장에서도 거리를 지켜가며 생활을 하니 서로 다투거나 갈등을 만들 일이 많지 않다. 내가 본 서울 사람들은 서로에게 벽을 잘 친다. 반면에 제주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한 번 친해지면 주말에도 따로 만나 가족끼리 놀러가고 술 마시고, 밥 먹고. '우리들의 블루스'나 '폭삭 속았수다'에서 보는 정넘치고 투박한 모습 그대로다. 하지만 이러한 관계도 단점은 있어서 제주 사람들은 참 잘도 싸우고 잘도 풀어진다. 내가 제주에 살 때 사람들이 자주 했던 말이 있는데
"제주에서는 사람들하고 싸우면 무조건 풀어야 해. 워낙 좁아서 100% 다시 만난다니까."
였다.
나는 대전에서 태어나 대전에서 30년 가까이 산 충청도 사람이다. 흔히 충청도 사람을 '속을 모르겠다', '겉과 속이 다르다'라고 말하는데 나는 이 말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에서는 싫은 말 하나도 못하고 집에 와서 "그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안 되겠대~~~"하고 말하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에게 하도 많이 봐왔기에 충청도를 비꼬는 이러한 말을 부인할 수가 없다. 다행히 나는 대전에서도, 서울에서도, 제주에서도 오래 살아봐서 지역성이 약하다고 자신하지만 그건 내 착각인지, 서울 토박이 아내에게 이런 말을 하면 비웃는다. 아직 멀었나 보다.
올해 서울에서 운이 좋게도 좋은 분들과 직장 동료가 되었다. 직장마다 빌런 한 명씩은 꼭 존재하는 법인데 이번 직장에는 그런 사람이 한 명도 없고 심성이 고운 천사 뿐이다. 하지만 제주도와 확연하게 다르게 경계선이 분명하게 쳐진 서울 직장의 분위기에 외로움을 느끼고는 한다. 나는 요즘 직장에 출근하면 퇴근할 때까지 직장 동료와 말 한 마디 못할 때가 많다.
항상 친절하고 나긋나긋하며 매너있는 서울 사람
항상 정이 넘치고 투박하며 거친 제주 사람
너무도 다른 두 지역 사람 사이에서 헤매고 있는 대전 사람
얼른 나도 이 사이 간극에서 살아남는 법을 찾아야겠다.
서울에 있으니 정이 넘치는 제주 사람이 참 그립다.
제주에 있으면 나긋나긋한 서울 사람이 그립겠지?
서울 사람과 제주 사람, 그 사이 태어난 대전사람은
오늘도 서울과 제주 사이에서 헤매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