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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볼과 사랑에 빠지다

도저히 끊을 수 없는 인연을 어찌 하리....

by JJ teacher

큰일이다.

그동안 사랑했던 맥주와의 인연을 애써 끊었는데 새로운 사랑이 찾아왔다. 이번 사랑은 더욱 독하고 쿨하며 강렬하기까지 하다. 나는 하이볼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


출근길 라디오에서 요산수치가 높으면 통풍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요산수치를 올리는 가장 큰 원인은 맥주라는 소리에 지레 겁을 먹고 맥주를 끊기로 했다. 통풍에 걸리지는 않았지만 요산수치를 재어 보니 딱 경계선에 있어서 술을 끊고 열심히 운동하며 수치를 낮추었다. 하지만 날은 덥지, 퇴근하면 에너지 바닥에, 사춘기 딸아이의 신경질까지! 나도 무언가 탈출구가 필요했다. 그러다 만난 하이볼! 그녀는 생각보다 강렬했다.


하이볼은 경험해 보니 술집에서 마시는 것보다 퇴근후 집에서 말아서 먹는 것이 훨씬 맛있다. 특히 요즘과 같은 여름에는 출근가방을 방안에 던져놓자마자 냉장고에서 위스키를 꺼내고 얼음을 섞어 탄산수와 레몬을 곁들이며 그녀를 만날 생각에 심장이 두근거린다. 두근대는 가슴을 부여잡고 한 잔 때리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그 시원함! 하루의 피로가 한순간에 날아간다.

2년전 일본 오사카에 놀러갔을 때 일본 현지인들이 모두 하이볼을 마시는 것을 보고 놀랐었는데 일본 사람들은 술에 관한한 천재다. 어떻게 위스키에 탄산수를 섞는 것을 개발했을까? 하이볼은 마시는 동안은 너무도 달콤해서 술을 먹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저 시원한 음료를 한 잔 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하이볼은 어떻게 변형이 되었든 독주라는 것이다. 한 잔 두 잔 달콤함에 들이키다 보면 혼자 헤롱헤롱대니! 하지만 그것도 하이볼만이 가진 매력 아니겠는가? 달콤함 뒤에 세상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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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리, 짐빔 위스키는 사랑입니다.


이번 주말 제주도에 내려갔다 왔다. 아내와 오랜만에 만나 3일 동안 짐빔 하이볼과 산토리 하이볼의 매력을 입이 닳도록 이야기 하며 아내에게 하이볼의 매력을 전수해 주고 서울로 올라왔다. 덕분에 아내도 내가 타준 산토리 하이볼에 푹 빠져 우리 부부는 3일 내내 하이볼만 마셨다. 이렇게 말하니 뭐 내가 알코올 중독자도 아니고, 맥주를 피하려다가 더 강력한 하이볼을 만나 허우적대고 있으니 나라는 사람도 참 못 말린다.

나는 원래 맥주러버라서 여름이면 퇴근맥을 하며 하루의 시름을 달랬는데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하이볼러버로 올 여름을 지내야 할 것 같다.


도대체 술은 누가 만들어낸 것일까?

아주 오래 전 그 분께 경의를 표하며 지금도 나는 하이볼을 마신다.

KakaoTalk_20250713_230315177.jpg 산토리에 타트체리즙을 섞어도 맛있다. 나만의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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