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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한치~

- 맛나는 제주살이

by JJ teacher

많은 관광객들이 제주도를 여행할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음식으로 아마 흑돼지와 신선한 회를 말할 것이다. 제주도에 와서 회를 먹는다면 무엇을 고르겠는가? 만약 참돔이나 다금바리, 광어, 우럭 이런 것을 떠올렸다면 아직 제주도에 대하여 잘 모르는 것이 분명하다. 언급한 횟감들은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또한 대부분 양식이다.(다금바리는 잘 잡히지도 않는다.) 제주도에서 꼭 맛보아야할 회가 있다. 바로 한치이다.

드디어 한치 시즌이 돌아왔다. 지난 주말 회가 먹고 싶어 애월항을 방문했다. 뭘 먹을까 생각하다가 어항을 보았는데 영롱한 빛깔의 오징어 비슷한 것들이 돌아다녔다. 설마 한치?

commonZI98TEF1.jpg 횟집 어항 속 영롱한 빛의 한치들, 사랑스럽다~

"사장님, 저거 한치 맞아요?"
"네, 오늘 처음 들어왔어요."

순간 귓가에 종소리가 들렸다. 무조건 골든벨을 울려야 한다.

"사장님 2kg 싸주세요."

"2kg은 많은데... 몇 명인데요?"

"안 많아요. 그냥 주세요."
10만원 가량의 거금이 들어간 것은 맞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한치회를 차에 실고 부리나케 집으로 왔다. 그리고는 타운하우스 식구들에게 연락을 했다.

"오늘 한치회 제가 쏩니다."

결국 조용히 보내려했던 주말이 수포로 돌아갔다. 한치회 소식에 타운하우스 주민들이 집에 몰려 들었다.


제주 토박이분들이 제주도에서 으뜸인 회를 말할 때 두 가지를 이야기한다. 여름에는 한치, 겨울에는 방어! 이 두 가지는 양식이 없고 제주도 이외의 지역에서는 맛보기가 어렵다. 한치회는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고, 방어는 가끔 육지에서 취급하기도 하지만 신선도와 크기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한치회는 회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그 맛을 인정한다. 꼬들꼬들 씹히는 식감과 씹을 수록 단맛이 도는 그 맛은 한 번 맛보면 다시 생각이 난다. 제주도 한치가 귀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한치회를 맛볼 수 있는 기간이 매우 짧다는 것이다. 한치는 5월 말~7월 말까지 잡히고 8월만 되어도 구경하기가 어렵다. 1년 중 2~3달 동안만 맛볼 수 있다. 또한 날씨가 좋아 한치배가 뜬 다음 날은 제주도 전역에 한치회가 깔리지만 날씨가 궂어 배가 뜨지 못한 다음 날은 한치를 보기 어렵다.

제주도 옛말에

'한치가 쌀밥이라면 오징어는 보리밥이고, 한치가 인절미라면 오징어는 개떡이다'

라는 말이 있다. 한치에 대한 제주도민의 사랑은 특별하다.

1621834742059702000_1280.jpg 소중한 네 이름... 한치!

내가 사온 한치의 양이 많았는지 이웃들이 배부르게 먹고도 한 접시가 남았다. 다음 날 우리 가족은 라면에도 넣어 먹고, 삶아도 먹으며 모처럼만의 호사를 누렸다. 제주도에 살며

'이 맛에 제주도에 살지.'

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 중의 하나가 이 한치이다. 생각만해도 군침이 도는 것은 그 맛을 아는 사람은 같을 것이다. 제주도에 내려오니 참 재미있게 산다. 한치 시즌이라고 흥분하며 항구로 달려가고, 신선한 그 맛에 취해 한치 홍보대사처럼 행동한다. 앞으로 석 달 가량 마음껏 한치회를 맛볼 생각을 하니 벌써 기분이 좋다.


제주도 바다가 준 선물,

앞으로도 매년 5월이 되면

나는 한치 때문에 설렐 것이다.

한치는 사랑이다.

162183474206027006_1280.jpg 통통한 다리와 두툼하게 썰어준 몸통... 보기만해도 군침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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