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블루스』 동석의 이야기
지난 9화 마지막에 던진 질문에 대해 답을 찾아보았는가?
나의 슈퍼목표를 찾았는가?
아니면 반대 슈퍼목표를 발견하였는가?
만일 여전히
당신의 슈퍼목표가 무엇인지 헤매고 있다면,
『우리들의 블루스』로 풀어보는
슈퍼목표 찾기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해보길 바란다.
단, 참여하기 전에
꼭 『우리들의 블루스』를 완주하고 오시길.
'우리들의 블루스'는
현재 인물들의 캐릭터가
모두 과거로부터 촘촘히 이어진
분명한 서사들이 있어
슈퍼목표가 너무 명확히 보인다
그래서
자신의 슈퍼목표를 발견하거나,
혹은 당신이 배우라면
연기에서 초목표를 찾는 방법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자 그럼, 동석의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자.
드라마를 보다 보면,
유독 마음을 파고드는 인물이 있다.
그의 내러티브를 따라가다 보면
마음이 너무 아파서
그냥 눈물이 터져버리는 인물.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배우 이병헌이 연기한
"이동석"이 그랬다.
그의 거칠고 굴곡진 삶의 이유가
너무 명확했고,
그래서 그의 아픔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나는 『우리들의 블루스』를 보며
진심으로 많이 웃고,
많이 울었다.
그리고 우리 시대에 존재하는
수많은 동석이들이
결국 이 드라마의 결말처럼
모두 치유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란다.
이동석은 제주 푸릉 마을에서
트럭 만물상으로 살아가는
40대 초반 남자다.
거친 말투와 무뚝뚝한 행동으로 인해
'태생이 거친 놈'이라는 평을 듣지만,
사실 그는 누구보다
평화롭고, 웃고, 행복하게
살고 싶었던 사람이다.
동네 선배들 동창회에
넉살 좋게 끼어 노는 모습을 보면,
타고난 기질만큼은
참 긍정적이고
밝은 인간이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의 어린 시절은
상실과 배신의 연속이었다.
가난 때문에 해녀가 된 누나가
바다에서 죽고,
뱃사람이었던 아버지도
파도에 휩쓸려 사망한다.
불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는 아버지 친구인
동네 선주의 첩으로 들어가버린다.
리어카에 짐을 싣고
영혼 없는 얼굴로 선주의 집을 향해
걷는 어머니를
어린 동석은 악을 쓰며 막아보지만,
돌아온 건 싸다구 세례뿐이었다.
그 기억은 너무도 선명하고 아파서,
훗날 동석의 ‘슈퍼목표’를 구성하는
핵심 원인 된다.
새 아버지 집에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이복형제들에게
'그지새끼'라며 무시당하고 맞고 산다.
싸움 실력으로는
누구보다 뛰어난 동석이지만
피투성이 된 상처를 엄마에게
일부러 보여주며
죄의식을 부추긴다.
하지만
엄마의 알수 없는 무표정과
무심함에 동석은
더 깊은 상처를 받는다.
설상가상, 첫사랑 선아에게까지
배신당한 동석은
결국 새아버지 집 장물을 훔쳐
서울로 도망친다.
엄마에게 “같이 가자”고 제안하지만,
엄마는 끝내 아들을 ‘도둑놈’이라 부르며
그의 유일한 혈육의 유대를
무참히 짓밟아버린다.
서울에선 고물상도 망하고,
사기도 당하고, 하는 일마다 풀리지 않는다.
결국 그는 다시 제주로 돌아오고,
우연히 자신보다 더 처참한 모습의
선아를 마주한다.
'내가 당했듯, 밟아줘볼까?'라는
동석의 마음은
그의 삶이 얼마나
절망감으로 가득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동석의 슈퍼목표는 과연 무엇일까?
상실과 배신, 실패와 절망으로 이어진
그의 삶 전체를 지배하는
무의식의 한 줄은 무엇일까?
한 줄을 찾을 수 있는
단서 몇 가지를 찾아보며
답을 찾아보자.
단서 1: 왜 트럭에서 살까?
분명 돈도 벌고 있고
충분히 제주에서
방 한칸 얻어 살 수 있는 능력이
되는 데도 불구하고
왜 좁은 트럭에서 불편한 삶을 자초할까?
동석은 엄마에게
그가 얼마나 망가졌고, 힘들게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엄마도 죄책감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
"나 이렇게 사는거, 다 엄마 때문이야."
삐딱하게 말하고 있다.
단서 2: 왜 굳이 차를 끌고 배까지 타고
섬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만물상을 할까?
돈을 벌기 위한
단순한 생계 수단일까?
어르신들이 다른 만물상 물건을
샀다고 화를 내고,
심지어
어렵게 사온 생물들을
엎어버리는 행동은
그저 ‘장사꾼’의 행동이 아니다.
이건 마치 『갈매기』 속 뜨레쁠레프가
자신의 공연을 보던
엄마(아르까지나)의 비아냥에
참지 못하고
공연을 엎어버리는 장면과 비슷하다.
자신의 슈퍼목표를 부정당했을 때의
분노 반응이다.
정 많고, 책임감 강한 동석의 성격은
타인의 필요를 채워주며
자신이 쓸모있는 존재임을
확인받고 싶어한다.
하지만
어르신들이 다른 만물상 물건을 사자
엄마에게 받은 배신감이
물 밀듯 밀려 올라오는 것이다.
갈매기의 뜨레쁠레프처럼,
슈퍼목표에 반하는 상황에서
그는 하염없이 무너져버린다.
단서 3: 왜 그토록 민선아를 좋아할까?
그녀는 동석에게
또 다른 ‘엄마’ 같은 존재였다.
사랑을 주고 싶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못했던
선아에게도 엄마에게도
반복되는 이 ‘거절당함’의 감정은
동석의 상처를 더욱 깊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그녀 곁을 맴도는 건
앞서 말한 동석의 기질 때문이다.
처음 민선아를 오락실에서
만났을 때
동석은 자신과 어딘가 모르게
닮아있는 선아의 슬픈 눈빛을 보고
동질감을 느낀다.
그리고
엄마의 사랑에 실패한
무의식적 결핍을
선아에게서 채우려 한다.
그리고
타인이 봤을 땐
바보스러우리만치
사랑하고 챙겨보지만
상대 민선아의 상처 또한
사실 만만치 않다.
단서4 : 동석은 왜 자신의 엄마를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작은 어멍'이라 부르는 오기를 부릴까?
어릴 적, 동석의 엄마는
첩으로 들어가면서
행여나 자신이나 자식이 밉보일까
본처를 어멍이라고 부르고
자신은 '작은 어멍'이라 부르라며
어린 동석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다.
이렇게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
엄마에 대한 뿌리 깊은 원망이
자리 잡고 있는 듯 보이지만
동석의 행동을 자세히 보면
분노이기보다는
사실 슬픔에 가깝다.
진짜 미웠다면,
그 집 근처에도 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동석은
계속 시장 근처를 돌고,
엄마에게 툴툴거린다.
왜일까?
그건 단 하나,
엄마에게 삐져 있는 것이다.
진짜 분노가 아니다.
단지 사랑을 갈구하는
성난 아이의 외침으로
읽어야 하는 것이 맞다.
이 네 가지 단서는
동석이 가진
반대 슈퍼목표의 핵심 힌트가 된다.
많은 배우들이 동석같은 캐릭터를
연기할 때
동석의 현재 상태만을 분석하며
엄마를 증오하는 마음으로 가득찬
‘분노조절장애’ 혹은 ‘욱하는 성질’로
접근하곤 한다.
하지만 그 분노의 근원을 찾지 못하면
그 연기는 그저 껍데기일 뿐이다.
동석을 연기하는
배우 이병헌의 눈은
웃고 있어도
화를 내고 있어도
심지어 라면을 먹을 때도
당장이라도 눈물을 터뜨릴듯
슬퍼 보인다.
정말 동석 그 자체가 되어버린
최고의 명연기였다.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나는 오은영 박사님을
정말 존경한다.
사람들을 치유하는 모습을 보면,
진심으로 경이롭다.
내가 유일하게 챙겨보는 예능도
바로 『금쪽같은 내새끼』다.
사실 이 프로그램에 끌리는 것도,
결국 내 슈퍼목표와
연결되어 있다.
다른 예능들처럼
재미와 웃음만을 위한
킬링타임용 프로그램엔
별로 재미를 못 느낀다.
그런데 『금쪽같은 내새끼』처럼
선한 영향력을 주고,
결국 사람을 변화시키는 프로그램은
볼 때마다
가슴 깊은 울림이 있다.
얼마 전,
방송에 한 중학생 금쪽이가 나왔다.
엄마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이
방송에 나왔는데,
정말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오래 본 사람이라면 안다.
아이들의 문제는
결국 대부분 ‘부모’에게 있다는 것.
그날도 오 박사님은,
성난 짐승처럼 으르렁대던
금쪽이에게 조용히,
따뜻한 목소리로 물었다.
"엄마에게… 원하는 게 있니?"
그 순간,
공격적이고 날이 서 있던
금쪽이는 바로 무너져 내렸다.
눈물을 왈칵 쏟으며 말했다.
"어릴 때 날 버려놓고,
지금 와선 맨날 지적만 해요.
왜 나만 사과해야 하죠?
엄마도… 사과해줬으면 좋겠어요."
알고 보니 부모 불화에
이혼을 했었고
그 과정에서 버림 받았던 깊은 상처를
부모는 간과했던 것이 문제였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며 또 울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동석과 이 금쪽이는
얼마나 닮아있는가.
자, 이제 다시
동석의 슈퍼목표를 다시 이야기해보자.
그의 한줄이 보이는가?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알아차렸는가?
사실 동석의 마음안에는
그렇게 엄마에게 가슴 찢어지는 상처와
불행한 과거만을 받았음에도
변치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엄마에 대한 ‘사랑’이다.
증오와 분노의 더 깊은 심연엔
사랑이 깔려있다.
그래서 그저 엄마에게 사과 받고 싶은 것이다.
왜 그랬는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이유를 듣고
'미안하다' 한마디면 끝날 문제였다.
결국 동석의 슈퍼목표는
"엄마, 나한테 왜 그랬어. 사과해."였다.
즉, 이것은 ‘진짜 원하는 것’을
돌려 말하고,
감추고,
우회하는 방식의
반대 슈퍼목표였다.
표면적으로는
엄마를 밀어내고,
무관심과 비난으로 일관하지만
사실은 누구보다도
엄마의 사과 한마디,
품 한 번을 기다려왔다.
그리고 드라마 후반부,
그토록 미워했던
엄마의 진심을 들은 순간
동석은 무너지고,
마침내 진짜 마음을 고백한다.
"엄마, 내가 잘못했어."
그 장면은 단순한 화해가 아니다.
반대 슈퍼목표가 해소되고,
진짜 슈퍼목표가 충족되는 순간이다.
그래서 감동이 온다.
그래서 우리도 운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에게도 이동석처럼, 누
군가에게 듣고 싶었던 말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동석은 분노와 냉소,
고집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세상 누구보다
“엄마에게 사랑받고 싶었던 아이”에서 멈춰버렸고,
반대 슈퍼목표에 의해
삶 전체를 불행한 감정에
이끌려 살아왔다.
만약
당신도 지금 삶이 자꾸만 엉켜 있고,
뭔가 반복되는 감정과 상황에 갇혀 있다면,
그 무의식의 한 줄을 찾아야 한다.
그 반대 슈퍼목표 너머에
당신의 진짜 ‘원함’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꼭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
『우리들의 블루스』처럼
평범한 우리의 인생은 모두 드라마다.
단, 비극일지, 희극일지는
내 작품의 주체인
내가 선택할 수 있다.
노희경 작가님의
『우리들의 블루스』의 한 줄은
“살아있는 것은 모두 행복하라”였다.
이것이 작가님 개인의
슈퍼목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작가님이
분명 따뜻하고 참 좋은 사람이라 믿는다.
기획의도도 정말 감동적이다.
“응원받아야 할 삶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지금 이 순간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은 때론 축복 아닌
한없이 버거운 것임을 알기에,
작가는 그 삶 자체를
맘껏 '행복하라' 응원하고 싶다.”
이 드라마의 한 편의 메시지는
내가 작가로 전향할 수 있는 큰 힘이 되었다.
그리고 난 그 바톤을 이어받아
청년들을 응원하고자
이 글을 쓰기로 용기를 내어
도전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나 또한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든 분들이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니 당신도
당신의 슈퍼목표를 꼭 찾아라.
그리고 당신 안의 방향키를 다시 붙잡고,
이제는 이끌려가는 삶이 아니라
이끄는 삶을 시작해 보길 바란다.
반드시, 가능한 일이다.
다음 화에서는 『우리들의 블루스』 속
또 다른 인물들
—특히 민선아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반대 슈퍼목표의 또 다른 양상을
탐색해볼 예정이다.
고요해 보이지만 폭풍 같은 내면을 가진
그녀의 삶 속에 숨겨진
진짜 슈퍼목표는 무엇이었을까?
당신의 이야기가 동석과는 다르다면
어쩌면,
선아의 이야기와 닮아 있을지 모른다.
그럼, 다음 화에서...
또 당신의 슈퍼목표를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