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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쭈야씨 Apr 08. 2021

#034 문구에 진심.

어릴 때부터 방에 이것저것 넣어 다녀서 한창 클 키가 2센티쯤 자라지 못했을 수도 있다. 무거우니까 이건 빼고 가자 했던 날, 꼭 그것이 필요했던 머피의 법칙 때문에...


가방 안에 자리했던 이것저것은 귀여운 지우개부터 형형색색으로 준비한 펜, 귀엽다고 사놓고 아까워서 아끼던 스티커와 엽서 그리고 다이어리와 노트 등등... 사실 쓸데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왜 그렇게 바리바리 짊어지고 다녔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그 버릇은 다 큰 어른이 돼서도 여전하고.



왠지 필기구는 모든 색을 가질 수 있는 세트로 사야 안심이 되었다. 귀여운 것들은 쓸데없거나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도 일단 내 것이 되어야 했다. 문구류에 대한 진심은 어릴 적 부모님이 문방구를 했던 영향일지도 모르겠다. 문방구집 딸은 신상 문구를 제일 먼저 가질 수 있는 특권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도 새롭고 취향저격인 제품들은 결제부터 하고 있는 건지도...


얼마 전에 발견한 상자에서도 십 년은 넘었을 스티커와 마스킹 테이프들이 발견되었다. 아끼고 아끼다 똥이 된 나의 귀여웠던 문구들. 이게 다 무슨 짓인가 싶었지만 나는 며칠 전에도 십 년 일기와 딥 그린 컬러의 볼펜, 연필을 구매하고 말았다. 사면 잘 쓸 수 있을 것 같았기에-



문구에 대한 진심은 나이가 몇이 된다고 해도 버릴 수 없을 것 같다. 요즘은 많이 자제하고 있기도 하고, 내가 살 수 없다면 아이들 핑계를 댈 수도 있다. 다만 아깝다고 아끼다가 쓰지도 못하고 먼지만 수북하게 쌓진 말아야지.


며칠 동안 통 글이 써지지 않아서 두서없이 써 내려온 나의 문구 욕심 일기인데 내일도 글이 써지지 않으면 아끼는 연필을 한 자루 깎아서 예쁜 노트의 첫 장을 펼쳐야겠다. 글태기도 극복할 귀여운 것들을 잔뜩 꺼내놓으면 뭐라도 써지겠지! 그래야 할 텐데!!!

글이 안 써져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오늘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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