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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슴뿔 Jun 16. 2023

4. 프로 투자자는 영도 부동산을 산다

나의 영도 정착기

나는 흰여울 마을이라 불리는 이곳이 매우 맘에 들었다.

 바닷길을 따라 대충 눈에 보이는 부동산으로 들어갔는데 하필이면  재개발 전문 부동산이었다. 그곳은 영도 5 구역이라고 불리는 재개발지로 5천 세대의 새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인 곳이다.

 조심스레 문을 열자 사람 좋게 생긴 여자 소장님이 앉아있었다.   

"바다가 보이는 남향집을 찾는데요."

"아유~ 여기는 전부 바다 보이는 남향집이에요. 뷰가 중요한 게 아니고 얼마 쥐고 있는지가 중요하지. 지금 얼마 있어? 어떤 거 찾는데? 주택은 몇 개 있고?"

 쭈뼛거리는 나를 아래위로 훑어보고 영 말이 통할 것 같지 않았는지 일단 집부터 보자며  나를 데리고 뒤쪽 언덕으로 올랐다. 헉헉 대며 올라간 언덕 꼭대기에서 보이는 바다 풍경은 아름답기 그지없었으나... 보여주는 집들의 상태가 실로 충격적이었다. 다행이 천장이 무너지지 않고 창문이 붙어 있고 불과 가스가 들어오는 곳을 찾았는데 그나마도 내가 들어가 살려면 대대적인 수리가 필요해 보였다.

 무너져 내리는 집들을 둘러보고 더 무너지는 마음으로 돌아온 사무실.

 소장님의 재개발 구역 브리핑이 시작되었고 그 집의 미래가치에 대해 열변을 토했지만 나는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아니  내가 가진 돈으로는 이런 상태의 집 밖에 못 사는 건가 싶어  쓸데없이 자존감이 하락하고 있던 중이었다.

"조합이.. 노후도가.. 대지가 어쩌고 저쩌고 좀 있으면 사시인데 어쩌고.. 그러니까 여유 있으면 여기는 여러 개 꼭 사놔야 돼!"

여러 개라.. 그 말을 듣는 순간 이 사람은 사기꾼이라 확신했는데 그 이유는 몸은 하나인데 집을 왜 여러 개 사야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끄러울 정도로 투자를 몰랐다는 말이다.

 재빨리 인사를 하고 나오려니

"난 투자물건만 해서 아가씨가 찾는 (돈 안 되는) 물건은 없지만 여기 한 번 가봐" 라며 조금 떨어진 곳의 부동산 명함을 손에 쥐어 주었다.  

"그래도 내가 자기라면 시집갈 자금으로 여기는 꼭 하나 사서 묻어둘 거야."는 말도 덧붙이며…     



 덧, 그때 소장님이 권했던 재개발 구역 집들은 1년 만에 2배가 올랐고 현재는 5배의 가격이 되었다. 은인이 되었을지도 모를 사람도 아는 게 미천한 자에겐 사기꾼으로 보이는 법이다. 덕분에 큰 깨달음을 얻고 부동산 공부를 하게 된 계기가 되었으니 남은 생에는 은인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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