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3
조성숙은 남편과 사는 내내 남편을 못살게 굴었다. 술을 마시면 그녀는 포악하게 변했다. 남편은 모욕적인 말들을 듣거나 폭행당하기도 했다. 조성숙은 가위로 커튼을 찢어버리는가 하면, 부엌칼로 가죽 소파에 난도질을 하기도 했다. 남편은 경악할 공포를 느꼈다. 그들에게는 딸이 하나 있었다. 갓난쟁이였지만, 엄마가 필요한 아기였지만, 조성숙의 곁에 아이를 둘 수 없었다. 산후우울증이라고 받아들일 수 없었던 이유는 출산하기 전에도 비슷한 일들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남편은 이혼을 요구했고 조성숙은 이혼에 합의하지 않았다. 이혼 소송에서 패소할 것이 명백함에도 협의 이혼은 해 주지 않았다. 조성숙에게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황당한 요구를 들어주어야 했다. 아이의 양육은 남편이 하되, 남편은 조성숙의 생활비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
남편이 이혼 소송을 하는 중에 나를 만났다. 나는 경영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었고 남편은 의뢰인이었다. 상황을 알게 된 나는 그녀의 요구를 들어주고 협의 이혼을 하라고 조언했다. 남편으로부터 전해 들은 조성숙의 행실과 인격으로 보아, 소송에서 이기고 갈라서도 그게 끝이 아닐 것 같아서였다. 낙지나 문어의 생존에 필수 기관인 흡반처럼 남편의 인생에 찰싹 달라붙어 있을 여자가 분명했다. 흡반은 죽은 먹잇감보다 살아 있는 먹잇감에 달라붙을 때 흡착력이 네 배나 강해진다. 그러니 남편이 죽기 전까지 남편에게 달라붙은 조성숙의 흡반은 강도가 약해지지 않을 것이었다. 그런 표현을 남편에게 직접 하지는 않았지만, 남편도 이미 염려하는 바였다. 다행히 조성숙에게 생활비를 줘도 경제적 문제가 일어날 정도는 아니었다. 고민하던 남편은 조성숙의 요구를 들어주는 대신 조성숙에게 아이의 친권을 포기하라는 조건을 들이밀었다. 그것도 내가 일러 준 궁리 중 하나였다. 조성숙은 결국 남편의 요구를 받아들여 친권을 포기하고 협의 이혼을 했다. 조성숙은 매달 생활비 명목의 유흥비를 내 남편에게서 얻어 썼다. 괜찮았다. 그때는 남편과 아이를 구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딸아이는 생각보다 얌전했다. 약간의 자폐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었지만, 증세는 미미했고 아직 너무 어려서 정확하게 진단하기 힘들다고 했다. 잘 웃고 다정한 아이였다. 그 아이에게 완벽한 엄마만 생긴다면, 남편에게 현명한 아내만 생긴다면 그야말로 이상적인 가정이 될 거라 생각했고 그건 나밖에 할 수 없다는 확신이 있었다. 나는 최선을 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