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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nd May 22. 2019

가면무도회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2017)

영화 속 '엔딩크레딧' 돋보기

 영화는 시간을 역으로 쫒아 올라간다. 동시에 3가지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 각기 다른 세계의 인물은 그가 속한 바로 그 세계에서 욕망을 이루기보다는 다른 세계의 가면 속에 욕망을 투영한다. 그래서인지 그 가면들의 몸짓은 얄밉거나 애처롭다. 영화 속에 나타난 가면은 정체를 숨기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보단 진짜 존재를 알리고 욕망을 드러내고자 하는 몸부림에 가깝다.  


 영화는 극중극으로 시작한다. 한 편의 피 튀기는 좀비 활극이 끝난 후, 이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리기 시작한다. 이 부분이 사실상 진짜 '극'이라고 볼 수 있다. 안약을 수시로 사용하는 삼류 연출가인 히구라시 타카유키. 그는 딸 마오가 있다. 그녀는 아버지와는 다르게 진정성 있는 연출을 하고자 하는 감독 지망생이다. 


 언뜻 상반된 가치관을 가지는 부녀지간. 이를 이어주는 것이 있다. 아버지와 어린아이가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진들. 과거의 아버지와 딸의 모습. 타카유키와 마오다.


 지난 세월이 어땠는지, 그가 어쩌다 그런 비루한 연출자가 되었는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왜 그가 안약이라는 효과적인 연출을 하는지를. 빠르고 효율적인 촬영을 요구하는 배우와 방송국. 먹고살기 위해 이를 감내하고, 생계를 꾸리기 위해 자신의 연출관과 자존심을 포기했을 테다. 세상과 타협하고 적당히 살아가는 보통의 우리다.


 타카유키의 욕망은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연출자가 되는 것' 또한 '세상과 타협하기 전 열정적인 연출자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 욕망을 동기로 한 프로그램의 연출을 맡게 된다. 하지만 모인 건 오합지졸 스텝들과 까다로운 남자 배우와 어딘가 불안한 아이돌 여배우다. 


 감독 역을 맡은 배우가 못 오게 된 상황, 타카유키는 극중극에서 '감독' 역할을 맡게 된다. 욕망을 실현해줄 가면을 쓰게 된 것이다. 대사와 상황을 이용해 여배우의 연기를 채근한다. 좀비를 소환하고 살인을 용인할 만큼 '연출에 미쳐버린' 평소 욕망하던 감독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동시에 영화 초반에 벌어졌던 극중극에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만한 돌발상황과 동선도 나타난다. '아 이런 거였어?' 하고 쉽게 수긍할 때 즈음 또 한 번 세계가 바뀐다. 극중극, 극, 에 이어 작품 밖의 세계다. 세번째 '엔딩크레딧' 


 정리하면 타카유키는

 극중극에서, '감독을 연기하는 배우'

 본 작품에서, '감독을 연기하는 배우를 연기하는 감독' 

 작품 밖의 진짜 세계에서, '감독을 연기하는 배우를 연기하는 감독을 연기하는 배우' 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타카유키는 그 자신의 욕망을 극중극에 투영했다. 비슷하게 작품 밖 제작진, 감독은 그 욕망을 작품 속 타카유키에 투영한 것이다. 


 비겁하다기보단 귀엽고, 얄밉기보단 측은하다. 가면을 벗고 진실한 내면을 있는 그대로 알아주는 세상,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가면을 쓰고 그 밑에 욕망을 넣어 다른 세계로 투신한다. 수많은 가면은 어느 곳에서 춤추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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