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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글 May 26. 2022

이제는 행동해야 할 때
- 미국의 총기규제


2019년이었다. 

둘째를 데리러 학교에 픽업 갔다가 돌아오는 길, 학교로부터 알람을 받았다. 근처 학교에 사건이 생겨서 학교 문을 닫겠다는 메시지였다. 이렇게 학교가 문을 닫으면 아이들은 학교에 갇혀 아무 데도 가지 못하고 부모도 자녀를 픽업하지 못한다. 나는 다행히도(?) 이미 둘째를 학교에서 데리고 나왔기에 얼른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무슨 일인가 알아보았는데,  인근 한 학교에서 슈팅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그 학교는 집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학교였다. 아는 사람의 딸도 거기 다니고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또 여러 한국 학교 선생님 자녀들이 그 근처 학교에 다니고 있는 것도 생각났다. 급하게 다들 괜찮은 지 연락을 했는데, 일단 지인의 딸은 그날 마침 현장 학습으로 학교에 없었다고 하니 천만다행이었다. 한국 학교 선생님 자녀들은 사건이 일어난  학교에 다니지는 않지만 같은 학군의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사건이 일어난 학교와 5-10분 거리로 가까워서 학교는 사건이 모두 완전히 종결될 때까지 학생들을 나가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학교에서 픽업하러 와도 된다는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미국에 갔을 때,  

학교에서 수상한 사람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있어 락다운 한다고 하거나, 학교 주변에 흉기로 보이는 무언가를 들고 서성거리는 사람이 있어 경찰차가 출동했고 그래서 방과 후 스쿨버스 출발이 지연되고 있다는 메시지가 오면 무슨 일인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우리 집은 메트로 덴버에서 가장 안전한 것으로 유명한 동네였다. 이사 가기 전 범죄가 발생 빈도를 보여주는 Crime Map으로 확인하기도 했다. 그런데 종종 이런 일들이 벌어졌다. 첫째는 처음 겪는 락다운에 놀라 책상 밑으로 들어가 이런 사진을 찍어 내게 문자로 보내주기도 했었다.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왜 미국이 총기 소지의 자유를 헌법으로 만들었는지 배웠다. 역사적으로 보니 서부 개척시대에는 총기가 있어야만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경찰도 있고, 개인을 보호할 사회 안전망이 갖춰진 현대 사회이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개선되어야 할 점은 아무리 헌법이라고 해도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도 거대한 목장을 가진 사람들 혹은 사람들이 많지 않은 곳에 살면서 야생동물의 출몰을 걱정하는 곳에서는 총기 소지 허용이 당연하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몬타나에 큰 목장을 가지고 있었던 한 선생님은 어려서부터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총 사용법을 배웠고, 현재는 메트로 덴버에 살지만 총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물론 어릴 적부터 가지고 있던 거라 가지고 있을 뿐인데, 총기 사고가 났을 때, 이런 질문을 받으니 좀 난처해하시는 것 같았다. 

결국 총기 소지 허용을 통째로 엎어버리기에는 이래저래 어려운 점이 있는 듯하다. 일단 총기를 가지고 있으면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사건들이 이렇게 일어나는데, 사회가 이를 관리하지 못하고 있으니 참 안타깝다. 특히 미국의 총기 협회(NRA National Rifle Association)가 후원금 지원을 통해 정치권에 큰 영향력을 끼치면서 총기 규제를 입법화하는 데 복잡함과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콜로라도는 2019년 이 학교 슈팅 사건으로 1명의 학생이 사망했다. 2021년에는 10명이나 사망하는 슈퍼마켓 총기 난사 사건이 있었다. 콜로라도 주민들은 총기 규제를 원했고,  올해  2022년에 중범죄자였던 사람들에게는 총기 소지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총기 규제 법이 통과되었다. 그리고 총기 규제 관련 법을 만들었다고 환호했다. 참으로 이상했다. 이 정도 규제는 완전 기본이고, 당연한 것 아닌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나서야 한걸음 떼는 수준의 법을 만들고 기뻐하다니 어이가 없었다. 그래도 노력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커뮤니티 칼리지 교수는 정말 끔찍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느 가정에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했다. 

어느 날, 딸이 옆 집 친구 집에 놀러 가면서 자고 오겠다고 하고 갔다. 

그런데 그날 밤, 창문 소리가 나서 아빠가 잠이 깼다. 그리고 검은 그림자가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발견했다. 아빠는 황급히 총을 가져와서 쐈다. 그리고 불을 켜보니 아빠가 죽인 그 검은 그림자는 자신의 ‘딸’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옆 집에서 놀다가 생각이 바뀐 아이가 모두 잠든 밤 중에 집으로 돌아왔고,  집 문이 잠겨 있으니, 오밤중에 식구들을 깨우기 싫었던 아이는 창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오려고 했다는 것이다. 정말 슬프고 비통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2022년이다. 

텍사스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났다. 이번에는 초등학교다. 많은 ‘어린이’가 희생되었다.  

텍사스는 총기 규제를 없애려고 하며, 자기 보호를 위해 총기 사용을 권장하는 주로 유명하다. 또 분명 정치인들은 희생된 어린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이들을 구하려고 한 선생님의 영웅적 행동에 경의를 표하며… 블라블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사건들의 반복적 연습 효과'로 인해 원래 당연히 느껴야 할 분노가 점점 희석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종국에는 '또 하나의 새로운 총기 사건이 일어났나 보다'하며 지나치게 되는 것이다. 

무섭다. 

제발 이번에는 미 국민들이 확실한 액션을 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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