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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사서 May 11. 2016

사랑의 진면목

이광수, 『사랑』



                  

이 책을 처음으로 알게 하신 분은 이 작품이 사랑의 진정한 속성을 80%까지 보여주고 있다고 하셨다. 작가와 관련된 외재적 관점은 차치하고, 소설의 내용만 본다면 정말 놀라웠다. 사랑의 정점에 오르고자 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소설 속 인물들이 감화받았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나도 그 사랑의 모습을 따라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동요되었다.


성경에서 예수님이 하시는 말씀과 똑같은 사랑의 말씀을 실천하는 순옥. 흠이 없이 거룩한 삶을 살기 위해 자기를 버리는 삶을 기꺼이 사는 순옥. 인생의 모든 고난을 사랑의 힘으로 감내하는 순옥의 모습에서 진짜 사랑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요즘에 쉽게 언급되는 그런 사랑과는 차원이 달라도 너무 다른 그런 사랑. 이런 순옥이의 모습을 보고 답답해하는 여성독자도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진짜 사랑의 속성은 이것인 것을. 겉으로만 보여주는 달콤한 모습이 아니라 진짜 남을 위해, 진리의 고귀함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애쓰는 그것이 진짜 사랑인 것을!


소설 속에서 잠시 나와 현실로 돌아올 때면 내가 지금 얼마나 가볍게 살고 있는지 부끄러워졌다.


이광수 본인의 삶을 놓고 보면 그가 이 작품 속에서 순옥이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실제로 그는 이 작품 마지막 부분에서 안빈의 입을 빌어 하나님과 조국님께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잘 알려진 그의 친일행적과 재산을 위해 아내와 허위로 위장이혼을 했던 사실들은 소설의 진정과는 온도의 차이가 크다.


인물 자체에 대해서는 호감을 가질 수 없는 작가이나, 이 소설을 보면 사랑과 사람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없었다면 나오기 힘들었을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순옥이가 실존 인물이라면 나는 그녀를 엄청나게 졸졸 따라다녔을 것 같다. 사랑을 이루려는 아름다운 모습. 덕을 따르려는 순수한 모습. 그 모습을 본받게 된다면 이 소설로서는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 나를 감화시켰던 순옥이의 말들은 잘 정리해서 프린트해두어야지.



* 남겨두기


"순옥이를 보구, 순옥이가 살아가는 모양을 보구 내 영혼이 눈을 떴거든. 내가 지금까지 해오던 생활 이외에 정신생활이라는 것이 있는 줄을 알았단 말야. 가만히 순옥이하구 같이 있어보니깐, 순옥이는 돈 생각두 아니하구, 시집갈 생각두 아니 하구, 늘 이 세상보다 높은 세상 생각만 하구 있단 말이어든. 순옥이는 정말 하느님을 생각하구 하늘나라를 생각한단 말야. 제 마음이 아주 하늘나라 백성이 되려구 애를 쓰구. 그것이 처음에는 어린 공상으로 뵈었지마는 두구두구 지내볼수록 순옥이가 들어 사는 세계가 지금까지의 내 세계보담 높구 깨끗한 세계 같단 말야." - 307, 308. p.


"제 욕심을 위해서 누구를 제 것으로 만들려구 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어든, 탐욕이지." … 

"사랑이란 이기적 동기에서 나오는 불순한 물건은 아니야. 누구를 위해서 저를 희생하는 데서 -아낌없이 제 모든 것을- 생명까지도 무조건으로, 갚아지기를 바라지 말고 말야. 그 누구에게 내어바치는 것이 사랑이어든." … 

"그러니까 말야, 진정한 사랑이란 저편을 존경하구 사모하구, 그리구 그 존경하구 사모하는 저편을 위해서 내 몸과 마음을 다 바쳐서 저편에게 터럭 끝만한 도움이라두, 기쁨이라두 드리구 싶다 - 여기서 비로소 진정한 사랑이 성립되는 것이란 말일세." - 331. 332 p.


"안빈의 속에 두 사람이 있어서 한 사람은, '마땅히 갈 사람이 가지 아니하였나? 기뻐하고 그를 위하여 축복하는 것이 네게 남은 일이 아닌가?' 하고, 또 한 사람은, '네가 보낼 수가 없는 사람을 보내지 아니하였나? 다시 회복할 수가 없는 손실을 일부러 하지 아니하였나? 모로미 슬퍼하고 괴로워할지어다.' 하고 나섰다.

안빈은 물론 첫 소리의 정통의 주권을 인정하고 둘째 소리가 부정한 모반자임을 탄핵한다. 그러나 안빈에게 있어서는 둘째 소리는 진압하기가 심히 어려운 폭동이었다. 이것을 폭동으로 인정하는 동안에는 안빈에게는 안전이 있다. 그러나 이것을 교전 단체로 보도록 양보하게 되는 날 안빈의 마음의 나라는 전복이 되고 혼란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 463, 464 p.


"자비심이란 저를 잊어버리는 것이니까. 이 경우에는 순옥으로는 순옥이를 잊어버리구 세 사람만을 생각해야지."

"순옥의 일생이 수난의 일생인 것, 순옥이가 향락을 하러 이 세상에 온 것이 아니라 수난을 하러 이 세상에 나온 것을 잊지 말구." - 565, 566 p.


"만일 순옥이가 지금 모양으로 사랑의 생활을 계속한다면 그 일생에 얼마나 많은 중생의 마음속에 탐욕의 식은 재에 묻혀서 마치 아주 불이 꺼진 듯이 졸고 있는 사랑의 숯에 불을 붙여놓을는지 모르지. 사랑이야말로 생명의 본질이니까." - 701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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