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 비축하며 놀아주기
우리 아이들이 엄마아빠와 했던 놀이 중에 가장 재미있어하던 놀이가 있다.
바로 숨바꼭질 그리고 왕거미 베개 뺏기.
숨바꼭질은 다들 아는 그 놀이다.
숨어있는 사람을 술래가 찾으면 된다.
집에서 하면 숨을 장소가 뻔하지만, 가끔 뻔하지 않은 장소에 숨어주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숨바꼭질 능력치가 상승하면, 숨어있다가 아이가 다른 곳으로 간 틈을 타서 장소를 옮기는 과감함을 발휘하기도 한다. 즉, 아이가 분명 이미 찾아봤던 장소로 가는 것이다. 그러다가 소리가 나서 이동 중에 들킬 때도 있긴 하다. 이동하기 쉬운 장소에 숨어야 한다.
집 밖에서 하면 범위를 정해야 한다. 안 그러면 평생 못 찾는다. 집에 못 간다.
실외는 숨을 곳이 많아서 좀 쉬운 곳에 숨어줘야 한다.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숨바꼭질해본 부모님들은 알겠지만, 이게 은근 체력소모가 크다. 그리고 아이들이 한두 판으로 절대 끝내지 않는다. 그야말로 무한반복이다. 그나마 집에서 하면 가끔 숨는 걸 핑계로 잠시 쉴 수가 있다. 침대에 대자로 누워서 이불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덮고 있으면 된다.
문제는 한두 번 써먹으면 얼마 동안은 못 써먹는다. 다음 판에 아이들은 바로 침대부터 확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찾았다며 신나서 그 위로 올라가 폴짝폴짝 뛴다. 배가 터질 수도 있다. 배 터짐을 한번 경험한 후로는 커다란 인형을 이불 안에 넣어서 위장시키기도 하고, 어떤 날은 그 인형을 방패 삼아 누워있기도 한다.
들켜도 상관없다. 이미 꿀 같은 몇 분을 누워있었으므로 이득이다. 아이가 "이제 침대에 누워서 숨기 없음!" 하면 아쉽게도 그 장소는 이제 수명을 다한 거다.
그래서 개발한 놀이가 왕거미 베개 뺏기다.
엄마나 아빠가 왕거미 역할이다. 베개를 껴안고 누워서 잠든 콘셉트이다.(흐흐흐~)
그러면 아이들이 몰래 다가와 왕거미가 깨지 않게 몰래 베개를 빼앗아 가는 놀이다. 왕거미가 깨는 타이밍이 랜덤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긴장감 백배다. 베개를 슬며시 뺄 때 "우워어어~"하고 소리를 내며 아이들을 잡아먹을 듯이 액션을 취하면 도망가며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난다. 그러다가 도망에 성공하면 서로 잡힐 뻔했다느니, 손이 닿았다느니.. 무슨 전장에서 살아남기라도 한 듯 안도의 기쁨을 나눈다.
그리고 왕거미는 진정되었다는 듯이 다시 누우면 된다. 이 놀이는 아이들의 긴장감이 유지되도록 타이밍 조절하는 게 핵심인데, 한 번은 베개를 좀 슬쩍 뺄 때까지 기회를 주었다면 한 번은 아이들이 근처만 왔는데도 왕거미가 갑자기 일어나서 잡는 액션을 취해줘야 한다. 대신 누워있는 자리 이상을 벗어나진 않는다. 그게 룰이다.(흐흐흐~)
왕거미가 너무 못 잡아서 아이들이 승리에 도취해 있을 무렵 진짜로 막 잡기도 한다. 가까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와락 안으면 된다. 이때 앙~하고 깨물어주면 살려달라는 효과는 극대화된다.
잡힌 녀석은 꼼짝도 못 하고, 도망간 녀석은 멀리 못 가고 내 형제를 구해야 한다는 투지로 어디서 다른 베개를 들고 와서 막 패기도 한다. 그러면 마지못해 풀어준다. 그렇게 다시 만난 아이들은 구해준 의리를 확인하며 서로 고마워하고 우애는 깊어진다. (어차피 곧 다른 일로 싸울 테지만;;)
원래 머리만 대면 자는 남편은 가끔 진짜로 잠들기도 한다. 사실 가끔이 아니다. 아빠 왕거미의 잠 패턴을 파악한 아이들은 더 과감해진다. 먼지포 밀대를 가져와서 쿡쿡 찔러보고 베개를 빼앗아간다. 그래도 다행인 건 1초 컷으로 잠들긴 해도, 1초 컷으로 금방 깨기도 한다. 막 코를 골고 자다가도, 부르면 언제 잤냐는 듯이 "응?"하고 대답하는 거 보면 신기할 지경이다. 그런 신기한 능력을 가진 아빠 왕거미는 내는 효과음도 웅장해서 아이들은 기절할 듯 도망가며 좋아한다.
아이들과 놀아준다는 게 사실 보통 일은 아니다. 마음과 다르게 체력이 안 따라줄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감질나게 조금만 놀아줄 수도 없다. 아이들은 끝까지 채워줘야 기억을 한다. 이렇게 체력 안배를 잘해가며 놀아준 덕에 아이들은 지금도 엄마아빠와의 놀이를 참 많이도 기억해 준다.
그리고 그때를 회상하며 글을 쓰는 나도 그 기억으로 참 행복한 기분이 든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이들과 놀아줄 수 있는 때는 정말 그때뿐이었다.
그 귀한 때를 놓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