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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일기 #22] 엄마 닮을 거야, 아빠 닮을 거야?

임신 19주, 복부둘레, 머리둘레, 다리길이

by Sylvan whisper


아직 뱃속에서 사람의 형체를 갖추어가는데(?) 열중하고 있을 우리의 아가 사랑이에게, 엄마를 닮았니 아빠를 닮았니 라는 궁금증을 갖는 건 시기상 맞지 않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유치원생 꼬맹이가 초등학교 생활을 걱정하는 귀여운 조급함이라고나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녀석... 우릴 닮았구나' 하고 느끼는 점이 있는데, 바로 '필요 이상으로(?) 얌전하다'는 것이었다.

아내의 경우에는 나를 만나기 이전에는 아예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살았을 정도로 어린 시절부터 평생을 살아왔다. 나 또한 군 생활을 기점으로 운동을 시작했고, 학창 시절에는 또래 친구들이 운동장에 나가 공을 차던 것과는 달리 얌전하게 자리를 지키며 소설책을 읽던 아이였다. 지금이야 운동이 생활이 되었지만 천성은 엉덩이가 무거운 종족인 샘이다.


부부가 모두 평소 활발한 움직임이 없는 우리로 인해서 사랑이는 '활발'과 '얌전'의 성격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사실 뱃속에 있는 아기가 활발한지, 얌전한지 혹은 애초에 이런 성향이 보이기는 하는지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나 산부인과 정기검진으로 초음파를 보는 횟수가 늘어가고, 먼저 출산한 친구들이나 지인들의 아이들이 뱃속에 있을 때의 이야기를 조금씩 조금씩 더 듣다 보니 사랑이의 성향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초음파를 통해 사랑이를 보고 있을 때면 사랑이는 팔다리를 움직인다던가, 고개를 젓는다던가 거의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우리 부부와 막역한 친구부부의 첫째 아이 사례를 들어보건대, 우리와 비슷한 시기의 초음파 경험을 들어보자면 거의 공중제비를(?) 도는 움직임을 보였다고 한다. 이런 사례들을 접하는 횟수가 늘어갈수록 그리고 정기검진 회차가 늘면 늘수록, 반대로 사랑이가 정말 미동도 없이 얌전한 아이구나..라는 느낌이 의심에서 확신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사실 부부에게 '우리 아이 누구를 닮았는가' 혹은 아이가 엄마에게선 무얼 가져왔는지, 아빠에게선 무얼 가져왔는지, 하나씩 알아가는 것은 크나큰 재미와 행복을 주는 요인일 것이다. 반대로 본인의 콤플렉스를 물려받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자식'과 '부모'에게 정서적 연결을 선사하는 일이다.


태아가 어느 정도 자란 뒤에는 정기검진으로 초음파를 하고 나면 팔, 다리, 머리둘레 등 부위별로 태아가 또래(?) 태아들과 비교하여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게 된다. 그게 바로 5차 정기검진을 받았던 오늘 처음으로 태아의 몸 구석구석의 치수를 쟀던 오늘이었다. 임신 19주 차에 접어들어 이제 고작 250g의 몸무게를 자랑하게 된 사랑이는 평균에서 살짝 못 미치는 머리둘레, 다리길이를 선보였고 복부 둘레에서는 평균에서 약간 높은 수치를 보였다.


'다리는 길어야 하는데~'

'다행히 엄마 닮아서 머리는 작은가 보다!'

'근데 이 녀석 왜 배가 나왔지? 몸무게는 작으면서 말이야'


사실 아이의 치수(?)를 잰 건 이번 초음파가 처음이고, 아이의 현재 신체가 평균에 비하여 어느 백분위에 속하는지는 주수가 늘어가고 태아가 성장하면서 여럿 바뀔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병원을 나오며 나누었던 이런 대화는 김칫국물에서도 액기스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엄마와 아빠라는 존재는 이런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밖에 없다. 앞서 얘기했듯이 이는 엄마아빠에게 설렘을 선사하는 요소이고 엄마아빠와 아이의 유대감을 채워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랑아! 그래도 태어나고 나서도 지금처럼 얌전한 성격은 유지해 줄 거지?'






한 줄 정보

1. 태아의 활동성은 개인차가 크며, 임신 중기라 해도 움직임이 적다고 해서 문제로 판단하긴 어렵다.

2. 초음파에서 보이는 태아의 움직임 정도는 검사 시각, 수면 주기, 산모의 컨디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3. 임신 19주 기준 평균 태아 체중 250g 내외이다.

4. 임신 19주차 초음파 검사부터 태아의 신체 치수를 측정 및 기록하며 또래 주차 태아들과 비교한 부위별 백분위를 알 수 있다.

5. 이러한 태아의 신체 지표는 태아 성장 평가에 사용되나, 주차마다 자연스럽게 변화한다.

6. 임신 중 태아의 성향(활발·얌전함 등)은 출산 후 기질과 일치하기도 하지만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7. 부모가 태아의 초음파 사진을 보며 '누구를 닮았을까'라는 상상, 유전·성향을 추측하는 과정은 초기 양육 애착을 높이는 긍정적 상호작용이다.

8. 태아의 작은 변화만으로도 큰 기쁨과 감정적 연결을 느끼는 것은 임신 중 부모에게 매우 자연스러운 감정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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