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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일기 #21] 살 좀 찌면 어때

임신 18주 차, 체중 조절

by Sylvan whisper


어제는 오랜만에 서울 해방촌으로 데이트를 다녀왔다. 나름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우리가 평소에는 자주 찾지 않는 양식 브런치로 식사를 하기도 하고 예쁜 골목을 거닐며 분위기를 느끼기도 했다. 해방촌에서의 산책을 마치고 아내가 찾아둔 카페에서 서울 도심이 내려다 보이는 뷰를 즐기며 커피를 마시고, 남산 도서관까지 걸어가서 조용히 남산 뷰를 즐긴 뒤 저녁은 유명 맛집에서 배부르게 식사를 마쳤다. 다시 방문하고 싶은 우리만의 맛집 지도에 리스트가 하나 더 늘어나기도 했다.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고, 맘에 드는 분위기 좋은 해방촌 골목 그리고 남산에서까지도 걷기도 많이 걸었던 꽉 찬 데이트였다.


다음날, 여느 때와 같이 아내와 나는 아침을 맞이하였다. 출근을 준비하던 차에 옷방에서 나오는 아내의 표정이 걱정이라도 있는 듯 조금 어두운 것을 발견하였는데, 옷방에 들어갈 때부터 방문을 평소완 달리 방문을 조금 닫고 들어가는 것이 눈에 들어와서 아내에게 더욱 눈길이 가던 차였다. 아내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보니, 아내는 입술이 삐죽 나오는 표정을 짓고서는 말했다. 예상보다 체중이 더 늘어났다는 것이다. 어제의 데이트코스는 아내가 일부러 더 많이 걸을 수 있는 동선으로 선택했던 거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어난 체중이 신경 쓰여 맛있는 음식을 양껏 먹었던 것이 다시 후회스럽게 떠오르면서, 전날의 꽉 찬 데이트가 마냥 좋지만은 않게 되어버린 것이다.




'임산부 아내와 남편'라고 하면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아기가 먹고 싶데~!' 아내는 아마도 아가와 텔레파시가 통한 듯 특정한 음식을 당긴다고 말할 것이다. 남편은 그런 산모와 태아를 위해서 웃으며 그 음식을 산모에게 가져올 것이다. 그러면 즐거운 얼굴로 먹고 싶었던 음식을 맛있게 먹으며 마무리되는 이미지이다.

이렇듯 아이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부부를 생각하면 '먹는 장면'이 제일 먼저, 그리고 대표적으로 떠올리기 마련이다. 한마디로 임산부가 잘 먹는 모습이 '체중 조절'하는 임산부 보다 우리에게 익숙하게 받아들여진다. '잘 먹는' 임산부를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임산부는 먹고 싶은 만큼 먹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사실 현실은 어찌 보면 '체중 조절'에 더 까까운 것일지도 모른다. 체중증가가 정상범주가 아니라면, 임신중독증이나 임신성 당뇨의 위험이 따라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내는 정기적으로 체중을 체크하고 있었다. 출산 직전까지 최종적으로 몸무게가 얼마나 늘어나는 것이 정상 범주인지를 확인하고 아내만의 목표 체중도 설정해 둔 듯했다. 아마 아내는 '건강'도 물론 고려해서 체중관리를 신경 쓰고 있었지만, 그 이상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단순히 몸매관리나 아내 개인적인 욕심은 아니었다.

보통 대부분의 산모들이 임신 중 예상보다 많은 체중증가를 겪는다. 출산을 하고 난 뒤에는 그 증가했던 몸무게가 대부분 빠져서 다시 임신하기 전의 상태로 돌아오지만, 여기에서 대부분의 엄마들이 공감하는 답답함이 발생한다. 몸무게가 예전으로 돌아오더라도 꼭 3~4kg은 그대로 덜 빠진다는 것이 첫 번째이고, 또한 이 3~4kg은 아무리 다이어트를 해도 도무지 빠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내는 아마 이를 염두에 두고 임신기간 동안에도 '체중관리'를 하려고 했던 모양이다.




물론 세상사 모든 것이 과하면 좋지 않다. 너무 많아도, 너무 적어도 문제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이건 임산부들에겐 가혹한 일이다. 태아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에 제한되는 음식, 권장되지 않는 음식들도 있는데 이마저도 마음껏 먹지 못한다니. 안 먹는 것은 또 어떤가? '이가에게 갈 영양분이 부족하면...' 하는 걱정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그야말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다.


예상보다 한 발자국씩 앞서가는 체중으로 인해서 계속 스트레스받는 아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사실 그다지 많지 않았다. 남편 또한 이러한 임산부 옆에서 먹고 싶은 것을 그저 양껏 가져다 주기만 할 수도, 그렇다고 먹지 못하게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아내는, 임산부들은 그렇다면 이 빠지지 않는 3~4kg을 아이를 낳음으로써 갖게 된 영광의 상처, 훈장처럼 여겨야 할까? 남편들은 그저 그런 아내에게 열렬한 지지와 응원만으로 충분할까? 정답은 사실 알기 어렵다. 그렇지만 적어도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여전히 사랑스러운 아내'라는 것이다.


아내가 체중계에 올라서기 전에 쉬는 한숨, 체중계에서 내려왔을 때 알듯 모를 듯 미묘하게 스트레스받던 얼굴을 보일 때, 분명히 말해주지 못했던 것 같다. 아마 '그 정돈 괜찮지 않아?' 정도로 이도저도 아닌 말이나 뱉어냈던 듯하다. 다음에도 아내가 스트레스받는 모습이 보인다면 꼭 말해주겠노라 다짐해 본다.


'살 좀 찌면 어때, 그래도 예쁜데!'









한 줄 정보

1. 임산부의 체중 증가는 보통 임신 주차에 따라 권장 범위가 있으며, 임신 전 체중에 따라서도 권장 범위가 다르다. 권장 범위를 초과하면 임신성 고혈압·임신성 당뇨 등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2. 임신 중 증가하는 체중은 태아·양수·혈액량 증가·부종·지방 증가 등 다양한 생리적 요인의 합으로 구성된다.

3. 임산부들은 출산 후 대부분 체중이 감소하지만 3~4kg 정도가 고착되어 쉽게 빠지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4. 임신 중 체중 관리가 필요한 이유는 산모 건강뿐 아니라 태아 성장과 직결되기 때문에 ‘무조건 많이 먹기’나 ‘엄격한 다이어트’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5. 산모는 체중 증가에 대한 스트레스와 태아 영양에 대한 불안을 동시에 느끼며, 이는 임신 중 가장 흔한 정서적 딜레마 중 하나이다.

6. 임산부가 스스로 체중 조절을 시도하는 것은 외모 관리 때문만이 아니라 출산 후 회복과 장기적 건강까지 고려한 선택인 경우가 많다.

7. 남편은 임산부의 식습관을 강요하거나 방관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떻게 위로하고 지지할지’가 중요한 역할이 된다.

8. “살이 조금 찌더라도 여전히 사랑스럽다”는 파트너의 지지는 임신 기간 내내 산모의 자기인식과 감정 안정에 큰 영향을 준다.

9. 임신 18주차는 본격적으로 배가 나오기 시작하며 이에 따라 체중이 증가하므로 산모가 신체 변화에 민감해지기 쉬운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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