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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일기 #18] 데이트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임신 17주 차, 전략이 필요해

by Sylvan whisper



우리 부부는 유독 더위에 취약하다. 보통 6~8월 여름의 시작과 끝을 꽉 채운 기간 동안 외출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정도이니 취약함의 정도는 굳이 더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이다. 이 체질로 인한 고질적인 생활패턴은 5년이라는 연애 기간에도 동일했는데, 우린 매년 여름 실내를 벗어나지 않았다. 따라서 여름의 우린, 거의 대부분이 '실내 데이트'를 보내게 된다.

그런데 이런 패턴이 이번 여름은 유독 아쉬움을 떠오르게 한다. 먼저, 같이 살게 된 ‘집’이 생겨서인지 올해 여름의 '실내데이트'는 단순히 실내가 아닌 ‘집’을 의미하게 되었다. 적어도 각자의 집에서 벗어나 외출하여 만난 데이트 장소가 실내였던 것이, 이젠 아예 집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다음으로는 올해 서울로 이사를 와서, 가볼 만한 곳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 등 선택지가 꽤나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여름기간 동안은 이런 기회들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집에 있기를 택했다. 그리고 또한 마지막 화룡정점은, 이렇게 보낸 여름이 임신으로 인하여 오롯이 둘이 즐기는 마지막 여름이 되어버린 것이다.




‘배 불러오기 전에 하루라도 더 나가야지’

'임신 중에 몸이 가장 가벼울 때는 바로 지금 당장!'


사실 여름이 아니라 1년을 놓고 보아도, 아내가 만삭이 되면 외출을 나가서 활동적인 일정은 소화할 수 있는 ‘한계’가 곧 찾아올 것이다. 아내도 슬슬 곧 외출을 나가고 싶어도 나가지 못할 시기가 온다는 것, 나갈 수 있게 되어도 우리 부부 둘이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 힘든 시기가 온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아직까진 크게 배가 불러오지 않았고, 그나마 체력도 가장 많을 때이기 때문에 우린 집에서 가까운 곳부터 차근차근 채워가기 시작했다.


내가 업무 때문에 토요일에도 시간을 내기가 빠듯했던 어떤 주말, 토요일엔 아가용품 매장도 둘러볼 겸 쇼핑몰을 방문하여 쇼핑 및 영화관람을 했다. 그리고 일요일엔 유명 골목의 맛집을 찾아 식사를 하고 아내가 평소 가보고 싶었던 인근 공원을 찾아갔다. 가을의 문이 열려 날씨가 청명하니, 우리도 정말 오랜만에 사진도 찍고 데이트다운 데이트 기분을 냈다. 그날 저녁, 원래는 같이 나가기로 했던 10km 마라톤을 혼자 하고 오게 되었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되고 아내는 어쩔 수 없이 취소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마라톤에 다녀오던 사이, 약 2시간이 넘는 시간을 카페에서 기다렸고, 마라톤을 끝낸 직후 같이 저녁식사 후 귀가를 했다.


이번 주말을 보내면서 참 오랜만에 ‘데이트’를 했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한편으론 '이 데이트가 조금 변했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토요일엔 데이트하러 쇼핑몰에 가는 김에 부수적인 목적으로 아기용품 매장들을 둘러보기로 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피로감이 느껴져 사실상 아기용품 매장 하나 둘러보고 귀가했다. 2시간이 채 안 되는 영화를 보고 나서 아내 느끼는 피로감이 전보다 더 커진 것이 한몫했다. 마라톤을 끝내고 오느라 카페에서 기다린 2시간, 아내는 육체적 피로도와 두통까지 호소했다.

데이트 시간이 내, 외부적인 요인들로 인해 짧아지고 있는 것이었다. 내부적으로는 아내가 ‘외출’이라는 것에 체력적으로 지치게 되는 역치가 점차 낮아지는 내부적 요인이 작용하게 되었다. 외적으로는 이제 우리의 관심 혹은 숙제와도 같은, 아가가 태어난 뒤 육아를 위한 여러 요인들이 우리의 집중, 관심을 가져가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하철 안에서 우린 똑같은 생각을 했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서로에게 말했다.

‘이 시간이 귀하다. 더 부지런히, 자주 나가자.’




좋든 싫든 우리가 오롯이 ‘우리 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작아지고 있는 것이었다. 아내의 체력적인 문제는 차치하고, 우리의 관심이 육아나 출산으로 옮겨져 가고 있는 이 과정이 싫은 것은 아니다. 그러한 아내와 나의 모습이 썩 좋기도 하다. 하지만 아내와 나 둘이서 보내는 시간도 좋고 싶다. 그리고 어쩌면 '부부'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해서 나는 ‘전략’을 세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으니까, 우리 삶의 중심에 우리 아가가 찾아온 것도 좋고 이제는 점점 희소해질 아내와 나의 시간도 좋으니까 말이다.


'데이트 시간이 짧아졌으니, 짧게 자주 다녀야지. 이동 동선을 가장 효율적으로 하는 게 중요하겠다. 육아 관련 알아볼 것, 찾아볼 것이 있다면 그 근처에서 잠시 들를 수 있는 곳을 방문하고 오면 된다. 오늘은 OO동 맛집 하나, 커피와 음료는 테이크아웃해서 올까? oo매장에 가는 김에 그 바로 옆에 있는 서점을 구경하고, 이번 데이트의 동선상에는 A, B 간식을 먹을 수 있겠어'







한 줄 정보

1. 임신 중기(특히 15–20주)는 체력이 가장 양호한 시기로 분류되지만 개인차가 커 외출 피로도가 급격히 증가하는 경우가 많다.

2. 임신 중 두통·피로·어지러움은 외출 시간과 온도 변화에 의해 쉽게 유발될 수 있다.

3. 임신 중 장시간 기다리는 활동(카페 대기·앉아 있는 것 포함)도 허리 통증·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

4. 부부는 점차 육아 준비 일정(아기 용품, 병원, 산전 정보 등)이 데이트 동선에 자연스럽게 섞인다.

5. 임신 기간 동안 데이트는 ‘시간 길이’보다는 ‘동선의 효율성’과 ‘회복 가능성’이 더 중요한 요소가 된다.

6. 아기용품 탐색·출산 준비 활동이 외부 일정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편입되는 시기가 바로 임신 중기다.

7. 부부만의 시간은 점점 줄어들지만 이는 부부가 출산·육아 체계로 전환되는 정상적 과정이다.

8. 이 시기부터는 아빠의 말투·응원·배에 대고 이야기하기가 엄마의 안정감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

9. 엄마는 슬슬 배가 나오기 시작하므로 몸의 무게중심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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