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실에서 만난 환자들(1)

아픈 남편 간병하는 아내편

by 유의미

주 2회 정도는 수혈 데이였다. 혈액종양내과 교수님이 진료하는 날이면 혈액종양내과 환자들이

수혈 처방을 받고 수혈을 받고 갔다. 수혈은 종류에 따라 다른데 전혈인 경우 20G(주사 굵기 두꺼운 편) 이상 혈관 확보를 해야하기 때문에 굵은 혈관, 주사가 유지될만한 혈관을 찾는 게 중요했다.






그러나 이런 분들일수록 혈관이 좋은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혈관을 찾아야 하는 게

우리의 숙명이었다. 이렇게 매주 만나던 환자들이 갑자기 안 보인다거나 그러면 우리는 전산으로 이름을 검색해보았는데 그러면 돌아가신 경우가 제법 있었다.






몇 달 전까지 불과 수혈했던 환자, 우리와 대화를 했던 환자였기 때문에 돌아가셨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나 할까. 그런 일들을 종종 경험했다. 혈액종양내과에서 수혈 처방을 받는 환자들은 대개, 적혈구나, 혈액 생성이 잘 되지 않는 환자들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수혈을 받더라도 그 빈혈 수치가 오래 유지되지 못했다.






약간 임시방편 같은 느낌이 든 것도 없지 않아 있지만, 말기 암 환자이거나, 혈액 생성 자체가 잘 되지 않으면

다른 곳에서 출혈이 있는다거나, 조혈제를 맞아도 정기적으로 외래 검진 및 수혈을 받고는 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 분들은 어지럽다거나 생활을 할 수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참 안타까웠다.

그 와중에 라인 잡느라 고생하는 우리는 고민이 깊어졌다. 오늘은 또 어디에 놓아야 하나?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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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c, 출처 Unsplash







거기서 만났던 N님은 아내 분이 남편을 극진히 생각하는 분이었다.

하도 주사를 맞아서 혈관도 별로 없었고, 혈액 생성이 잘 되지 않아 2주일에 1번 정도는 수혈을 하러 오셨다.

어떤 날은 전혈을 맞기도 했고, 어떤 날은 혈소판을 맞기도 했다.






환자는 기력이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곧잘 말을 하셨다.

아저씨가 아프다고 하면 아내 분이

" 당신이 혈관이 별로 없어서 그래. 아파도 좀 참아. OO 아빠."

이렇게 말을 건네시는 씩씩하고, 긍정적으로 남편을 간병하는 그런 분이셨다.






한 달에 2번 정도는 꼭 보던 사이여서 그런지 우리 사이에는 라포가 형성되어 있었다.

어떤 날은 컨디션이 괜찮아져서 딸들과 놀러갔다온다고 말씀하기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지셨다.

수혈하러 왔는데 이 날은 더 어렵게 혈관을 확보했다. 딱 봐도 기력이 없어보였다.

딸들과 놀러가기로 약속한 날, 너무 아파서 응급실에 왔다가셨다고 했다.






다음에 봤을 때는 우리가 처음 봤던 그 N님이 아니었다.

호흡곤란도 있어보이고, 주사실에서 누워서 수혈을 맞을 만한 컨디션이 아니었다.






그래서 파트장 선생님은 외래에서 맞다가 무슨 이벤트가 생기면 대처하기 어려우니 응급실로 가라고 말씀드렸다. 결국 응급실에 갔다가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입원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렇게 한동안 N님이 보이지 않았다.

궁금해서 이름도 검색했지만 재원 목록에 뜨지 않았다.

어떻게 됐을까? 궁금해하면서 지내던 도중 N님의 아내분이 찾아오셨다.











처음 만났을 때처럼 씩씩하고 밝게 말씀하셨다.

N님이 얼마 전에 하늘 나라에 갔다고 하시면서 그동안 잘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드리러 왔다고 했다.

1주일 전쯤 장례를 치르셨다고 했다.






L 선생님도, 나도 눈물이 나왔다.

파트장 선생님이 그동안 아픈 남편 간병하느라 고생하셨다고 이제 앞으로는 조금 더 편하게 사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보호자님은 또 씩씩하게 말씀하셨다. 내 남편인데 간병하는 것도 당연히 내가 짊어져야 할 몫이라고 하셨다. 선생님들 덕분에 그래도 남편이 편하게 갔다고 이야기하셔서 보호자님과 같이 울었다.






그러면서 우리 먹으라고 간식을 사오셨는데 그 마음이 전해져서 짠하고 보호자님 생각하면

앞으로는 남편 걱정 없이 더 편하셨으면 하는 그런 마음이었다.






병동에서는 환자 때문에 울어본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보호자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다니

이 모든 게 파트장 선생님과 너무 좋았던 멤버들과 함께라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 dariamamont,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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